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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순덕]“너희는 특별하지 않다”

입력 | 2012-06-15 03:00:00


미국의 공립학교는 학습부담을 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교사는 공부를 못하는 학생에게는 “대신 너는 운동을 잘하지 않니”라고 격려한다. 운동을 못하는 학생에게는 “하지만 너는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지 않니”라고 추어준다. 꾸중보다 칭찬이 학교생활에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미국에서 경제가 잘 돌아갈 때는 대충 고교만 졸업해도 괜찮은 일자리를 갖고 중산층 생활을 영위하는 게 가능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엔 다르다. “나는 특별하다”는 자존감은 하늘을 찌르지만 잠재력을 계발하지 못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잡지 못하는 젊은 세대가 ‘시한폭탄’처럼 사회 저변에 깔려 있다. 사회에 기여한 바는 아직 없으면서 사회로부터 뭔가 받을 자격이 너무 많다고 믿는 세대, 이름 하여 ‘자격 세대(Generation Entitlement)’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교외의 웰즐리고교 영어교사인 데이비드 매컬러프 주니어 씨가 이들의 뇌관을 자극했다. 꿈과 희망으로 가득한 격려사가 이어지는 졸업식장에서 “너희들은 특별하지 않다!”고 정곡을 찌른 것이다.

▷“그렇다. 너희들은 오냐오냐 응석받이였고…부모가 만들어준 풍선 속에서 보호받았다. 그렇다. 할 일도 많은 유능한 어른들이 너희들을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먹여주고…” 졸업가운을 입은 학생들이 키득거리고 웃는데도 매컬러프 씨는 계속했다. “하지만 너희들이 특별해서라고는 생각하지 마라. 왜냐하면 너희들은 특별하지 않거든.” 매컬러프 교사는 이 졸업식사로 단박에 슈퍼스타가 됐다. 26년간 길러낸 제자들보다 훨씬 많은 110만 명이 14일 현재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로 그의 특별한 축사를 시청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자녀의 성공이 나의 성공이라 믿으며 자식들을 길러온 부모들은 매컬러프 씨의 따끔한 일침에 속이 다 시원해질 듯하다. 매컬러프 씨는 “충만한 삶이란 엄마가 음식점에서 주문해서 네 무릎 위에 떨어뜨려 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자기중심적 사고를 버리고 세상의 거친 도전을 받아들이라”고 강조했다. 지나친 자기비하도 해롭지만 지나친 자부심을 키워주는 것도 해로울 수 있다. 한국에는 젊은층을 위로하는 것으로 정치적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도 있다. 젊은이들이 현실의 눈을 뜨게 해주는 따끔한 충고도 중요하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