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눈높이 맞춘 IT-콘텐츠-금융산업으로 ‘竹의 장벽’ 넘자
○ “홍콩-대만보다 불리하진 않아”
중국 정부는 최근 내수 시장 활성화를 위해 서비스 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이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시행되는 중국 정부의 12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에서 잘 드러난다. 중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서비스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2010년 43%에서 2015년 47%로 높이기로 했다. 2005년 33개에 불과했던 서비스 산업의 장려업종 수도 112개로 늘려 잡았다. 동부 연안에서 중서부 내륙으로 도시화가 진행되고, 소비 수준이 높아진 중산층이 증가하는 경향을 반영한 것이다.
주영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높아지는 생활수준을 바탕으로 서비스 시장의 확대가 진행 중이고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늘면서 한국 서비스 산업을 자국에 들여오려는 기업들의 수요도 늘고 있다”며 “바로 지금이 중국 시장을 공략할 최적기”라고 말했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들이 우리의 높은 서비스 수준에 눈높이를 맞추게 되면, 자연스레 자국에서도 이와 같은 서비스 수준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중 FTA 체결로 진입장벽을 낮추면 15억 인구의 중국을 우리의 내수 시장처럼 활용할 가능성이 열리는 셈이다.
한국이 개방 효과를 확실히 누리려면 홍콩과 대만 수준으로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중국은 현재 홍콩과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대만과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맺어 이들에 자국 시장을 개방하고 있다.
홍콩이나 대만과 같은 수준의 개방을 중국에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박한진 KOTRA 중국 베이징무역관 부관장은 “중국이 우리의 주장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은 중요한 카드를 한 장 버리는 일과 같다”며 “중국도 동아시아 경제권을 주도하기 위해서 양국 간에 높은 수준의 개방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0년 한중 서비스 교역 규모는 244억 달러(약 28조5000억 원)로 상품 교역의 13%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2007년 흑자 전환 이후 2010년에도 31억 달러(약 3조6000억 원)의 흑자를 냈다. 한중 FTA에서 특히 강한 요구가 필요한 분야로는 정보기술(IT)과 콘텐츠, 금융, 의료, 법률, 관광 등이 꼽힌다. 이들 산업에서 우리가 충분히 비교 우위를 지녔다는 것이 정부와 산업계의 생각이다.
문제는 우리 기업들이 현지에 진입할 때 마주하게 되는 장벽이다. 이창영 중국금융연구원 원장은 “우리 금융기관이 중국에 지점이나 출장소를 개설하려고 해도 1년에 한 곳씩만 허가를 내주며, 인허가에 걸리는 시간도 현지 기관보다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와 KOTRA는 지난달 22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차이나 IT 프리미어 2012’를 열었다. 이 행사에 참석한 화웨이, ZTE 등 중국의 7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은 한국의 소프트웨어 업체들과 전략적 투자 및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KOTRA 제공
전문가들은 한중 FTA 협상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철 외교통상부 동아시아FTA추진기획단 중국팀장은 “한중 FTA를 통한 규제 완화와 투명성 제고가 우리의 핵심적인 요구사항”이라며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최대한 수집해 서비스 협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팀장
김상수 산업부 차장
▽팀원
정효진 강유현 박창규(산업부)
유재동 김재영 박선희(경제부)
김희균 남윤서(교육복지부)
허진석(문화부) 이정은(정치부)
신광영 기자(사회부)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국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