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체 전방위 로비… 억대 챙긴 경찰 등 2명 구속공항공사-해경 1명씩 입건, 교수-軍간부 등 14명 연루
실전 같은 대테러 훈련 14일 인천 남구 관교동 인천종합버스터미널에서 민관군 합동 대테러 훈련이 열렸다. 육군 특전사 귀성부대 특공대원들이 가상의 테러범을 신속하게 제압하고 있다. 인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대테러장비 제조업체인 C사가 경찰 납품업체로 선정되도록 도와준 대가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회사 대표 오모 씨(48)에게서 42회에 걸쳐 1억870만 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서울 양천경찰서 박모 경감(49)과 공범 이모 씨(49)를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박 경감은 해당 기간에 경찰청 대테러센터 계약담당 직원으로 근무하며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오 씨도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오 씨가 박 경감을 주요 관리대상으로 정한 뒤 정기적으로 술을 접대하고 용돈과 휴가비 명목으로 돈을 줬다”며 “박 경감은 대테러장비 수의계약 조건 등 핵심정보를 알려줘 오 씨가 낙찰 받도록 도와줬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필요 물품의 정보를 공개해 최저가 낙찰을 하는 통상적 납품방식과 달리 대테러장비는 보안상의 이유로 제품 사양 등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필요 장비를 만들 능력이 되는 업체를 골라 수의계약을 맺는다”고 설명했다. 납품업체 입장에선 경찰이나 군이 도입하려는 장비의 정보를 미리 알아낸 뒤 해당 조건을 갖춘 제품을 만들어놔야 계약을 딸 수 있어 내부정보에 밝은 전현직 공무원들을 브로커로 고용하는 게 관행이었다.
경찰은 C사가 장비 성능심사를 하는 영남지역 국립대 교수 2명과 국군기무사령부 출신 영관급 군 간부 등 14명에게도 남품 과정에서 특혜를 받는 대가로 금품을 살포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