뛸까말까 투구-수비 교란“우리에겐 도루가 바로 홈런”
대주자는 1군에 살아남기 좋은 포지션이다. 작전상 팀에 한두 명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독의 눈에 띌 기회를 많이 잡는 편이다. 대주자는 당연히 발이 빨라야 하지만 그만큼 머리 회전도 빨라야 한다. 김재현은 대주자로 뛸 때 타석에 있는 동료가 치기 좋은 공을 유도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그는 “대주자로 나서면 계속 허리를 좌우로 흔들며 도루를 할 듯 말 듯한 인상을 준다. 항상 상대 배터리를 헷갈리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움직임을 본 상대 포수는 도루 견제를 위해 투수에게 타자가 치기 좋은 바깥쪽 공을 요구할 확률이 높아진다. 수비수들 역시 언제 도루할지 몰라 긴장하게 된다.
대주자는 또 타구가 뻗는 순간 뛸지 말지 혹은 어디까지 갈지를 동물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상대 투수가 어느 타이밍에 구속이 느린 변화구를 던질지 예측해야 도루에 성공할 수 있다. LG 대주자 요원 양영동은 “경기 때마다 계속 상대 투수를 보며 퀵 모션 속도나 변화구 타이밍을 머릿속에 새겨 놓는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까지 주전과 대주자를 오가며 활약했지만 왼쪽 손목 부상을 당해 잠시 2군으로 내려갔다.
삼성 대주자 요원 강명구는 “대주자에게 도루는 홈런”이라고 했다. 그만큼 수비의 집중 견제를 받는 대주자가 도루를 성공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대주자들은 오늘도 베이스에 서서 ‘홈런 부럽지 않은’ 도루를 한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