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상습 폭언 등 비인간적 대우 충격
신원조사와 한국어 통역 지원 등 탈북자 관리를 계약직 직원들에게 맡기는 것 자체를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한두 명의 정무 담당 외교관이 본래의 고유 업무에 더해 이 업무까지 모두 처리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001년 중국 내 한국인 마약사범 사건과 2004년 이라크 교민(김선일) 피살사건을 교훈 삼아 정부가 재외공관의 자국민 보호 서비스를 이전보다 대폭 개선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탈북자의 경우 인권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함이 드러났다. 또 일부 재외공관이 영사 보호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심기일전해 반복되는 재외공관의 직무 유기와 무능력 문제를 다잡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탈북자 담당 직원들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탈북자를 ‘쓰레기’ 정도로 취급해선 곤란하다. 이들은 생명을 무릅쓰고 사선(死線), 곧 수령독재를 피해 ‘자유대한’의 품 안으로 들어왔다. 이 같은 고귀한 ‘자유의 선택’을 대한민국은 존중하고 격려해야 마땅하다. 그러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체제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될 것이다. 현재 탈북자들은 북한에 ‘자유의 바람’을 넣는 전령사 역할을 하기도 하고, 통일 이전에 미리 남북 사회통합 실험을 해보는 모델 사례가 되기도 하며, 통일 후에는 남북 간 사회적 갈등의 완충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통일의 소중한 자산’인 셈이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탈북자 대우에 관한 인권친화적 행동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
담당 직원 소양교육 강화해야
아울러 재외공관이 탈북자 관리 직원에 대해 소양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민감한 외교사안인 탈북자 문제를 처리하는 데 요구되는 전문지식과 자질을 습득하게 함으로써 보다 질 높은 외교 서비스를 탈북자들에게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엄중문책만으론 부족하다.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소원수리나 인센티브 제도 도입 등으로 직원들이 긴장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