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인플레이션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언어가 범람하는 이 시대의 현상만은 아니었나 보다.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의 동명 원작소설을 쓴 작가 앤서니 버지스는 1964년 펴낸 책 ‘평범해진 언어(Language Made Plain)’에서 ‘그저 선율이 아름다운 팝송을 기막히게 멋지다고 말한다면,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은 도대체 어떤 단어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라며 통탄했다. 그는 ‘과장된 표현이 모든 의미를 망쳐 놓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가 현 정부를 두고 “패악무도(悖惡無道)한 정권”이라고 했다.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에 어긋난, 흉악하며 막된 정권’이라는 것이다. 현 정권을 어떻게 칭하건 그건 말하는 사람의 자유다. 하지만 궁금한 게 있다. 이 대표는 1970년대 유신독재와 1980년대 권위주의 군사정권 시대에 저항했다. 그렇다면 이 대표는 당시의 정권을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패악무도한 정권이란 연산군이나 로마 시대 네로 황제의 통치에 비견할 수 있을 것이다.
민동용 주말섹션 O₂팀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