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봉사하며 목표가 생겼어요
《2010년 7월 6일. 150cm 키에 앳된 얼굴의 여고생이 도시락을 손에 들고 서울 금천구의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 집을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여고생의 눈동자에는 등을 돌리고 힘없이 앉은 할머니가 비쳤다. 할머니는 귀가 잘 들리지 않는지 그가 바로 옆에 다가가서야 뒤를 돌아봤다. 짧은 대화가 오갔다. “할머니는 ‘어린 친구가 이런 냄새나는 곳까지 왔느냐’며 고맙다고 하셨어요. 죄송한 마음이 들었어요. 학교를 오가며 매일 앞을 지나치는 익숙한 집이었는데….” 당시 고1이었던 이 여학생은 별다른 꿈이 없었다. 학교 주요 과목의 성적은 평균 5등급. 하지만 이날의 경험은 이 여고생을 삶을 바꿨다. 서울 금천고 3학년 박정연 양(17)의 이야기다.》
서울 금천고 3학년 박정연 양은 홀몸노인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봉사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사회복지행정 전문가’의 꿈을 갖게 됐다. 이후 박 양의 학습태도는 놀랍도록 달라졌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자 벼락치기는 통하지 않았다. 고1 첫 중간고사에서 특히 수학 성적이 ‘재앙’에 가까웠다. 17점. 고1 1학기가 끝날 무렵 박 양은 수학 51점, 영어 57점, 국사 51점이란 초라한 성적표를 받으며 하위권으로 밀려났다.
○ 게임에 빠진 여고생, 봉사동아리 회장 되다
게임에 빠진 박 양을 바꾼 건 봉사활동이었다. 1학년 여름방학 때 어머니가 “홀몸노인을 위해 도시락을 배달하는 봉사활동에 함께 가자”고 제안해 따라간 것이 계기였다. 박 양은 그 뒤로 매주 화요일 학교수업을 마치면 총 4가구의 홀몸노인에게 도시락을 전달하고 말벗이 되어드렸다.
“‘누군가가 내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생각에 책임감이 생겼어요. 원래 내성적인 성격이라 남 앞에 나서거나 힘든 일을 한 적도 없었어요. 하지만 봉사활동을 하면서부터는 2학년 때 봉사동아리인 ‘샤프론’의 회장을 맡을 정도로 달라졌죠.”
○ 학습플래너 쓰며 매일 학습량 점검
박 양의 학습플래너.
매일 공부한 내용은 꼼꼼히 정리해 자신만의 노트를 만들었다. 교과서와 문제집으로 공부하며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을 중심으로 노트 5장 내외로 정리했다. 이 자료를 수시로 읽으며 복습했다.
“사회과목은 정리노트를 활용해 개별적 사건과 전체적 맥락의 내용을 외운 다음 교과서 목차와 큰 단원의 이름을 보며 내용을 연결시켰어요. 잠자기 30분 전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며 공부하면 이해가 잘되고 기억에 더 오래 남았어요.”
성적이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1학년 1학기 때 4등급이던 국어는 2학년 2학기가 되자 1등급, 5등급이던 영어는 2등급까지 올랐다. 1학년 첫 중간고사에서 17점이었던 수학도 3등급까지 끌어올렸다. 최근 본 3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는 국어(작문) 92.5점, 영어 88점, 전통윤리 100점, 한국지리 96.7점을 받으며 전교 7등을 기록했다.
○ “사회복지 행정 전문가가 될래요”
“홀몸노인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전문적으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요. 먼저 대학의 사회복지학과로 진학해서 봉사동아리 활동을 하며 현장 경험을 많이 쌓고 싶어요.”
※ ‘공부스타-시즌2’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최하위권을 맴돌다 성적을 바짝 끌어올린 학생, 수십 대 일의 경쟁을 뚫고 대학 입학사정관전형에 합격한 학생 등 자신만의 ‘필살기’를 가진 학생이라면 누구라도 좋습니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주)동아이지에듀. 02-362-5108
글·사진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이영신 인턴기자 ly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