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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주펑]한국의 對中전략에 대한 中의 시각

입력 | 2012-06-19 03:00:00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중국의 굴기(山+屈 起)와 미국의 태평양 회귀로 한국의 대중(對中)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거론되는 대중 전략은 크게 △연미방중(聯美防中·미국과 연맹을 강화하고 중국을 방어) △연미화중(聯美和中·미국과 연맹을 강화하고 중국과 협력) △연미연중(聯美聯中·미중 양국과 연맹을 강화)으로 나뉜다. 필자는 한국이 이 중 어떤 견해를 취하든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목표를 이해해야 한다. 한국 내 학계와 언론은 중국이 남북한의 대립과 분열을 원하고 있으며, 심지어 북한을 동북지방의 네 번째 성으로 만들려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근래 중국의 한반도 정책이 경직돼 있고 독선적이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한국 국민들이 중국의 이런 대북정책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필자는 중국이 한반도의 분열을 원하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더욱이 ‘네 번째 성’ 논란은 한국인의 피해망상증에서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중국의 정치 전문가들은 대부분 한반도의 통일이 시간문제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저지할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이다. 민주적이고 번영된 ‘통일 한반도’는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도 부합한다. 한국의 통일 과정에서 중-한 양국의 사회·경제적 관계는 더욱 깊어지고 확장될 것이다.

둘째, 아시아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청사진을 이해해야 한다. 많은 한국 학자는 중국이 아시아에서의 패권을 회복하려 한다고 생각한다. 중화(中華)의 영광을 재현하고 미국의 존재를 밀어내기 위해 소국의 이익을 희생시킬 것이라는 우려다. 그러나 극단적 민족주의자를 제외하고는 중국의 학자 그 누구도 고대의 동아시아 질서에 미련을 갖고 있지 않다. 미래의 아시아 질서에서 ‘중국 특권’을 고집한다면 베이징(北京)은 고립될 수밖에 없으며 불필요한 책임들로 인해 쇠약해질 것이다.

셋째, 대미 관계에서의 중국의 의도를 이해해야 한다. 한국의 학계 동료들은 중국이 앞으로 아시아태평양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인정하지 않게 되고, 미국은 중국의 굴기가 초래할 충격을 의식해 전략적으로 중국을 봉쇄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으로선 중국의 굴기가 미래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는 요인이다. 이는 한국이 미국과 강력한 동맹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양국이 함께 중국을 ‘관리’하고 ‘억제’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물론 중-미 양국 간에는 긴장과 충돌이 잠재돼 있다. 하지만 두 나라는 모두 ‘신(新)냉전식 지역 대결’이 서로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세계화로 인해 태평양 양안 간의 상호 의존성이 매우 커진 오늘날, 중-미 양국은 경쟁자가 될 순 있지만 적이 돼선 안 된다. 한국은 해외시장 의존성이 큰 ‘중등 강국’이다. 동아시아 질서의 변화 속에서 독자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할 능력을 갖고 있다. 지금처럼 중-미 양국 사이에서 어디에 선을 댈 것인지 고민하기보다 중-미 관계와 아시아 지역 안보에서 ‘안정 장치’로 기능해야 한다.

이상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한다면 한국으로선 ‘연미연중’ 전략을 선택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다. 이를 통해 한국은 중-미 두 대국의 아시아 정책에 적극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의 미래는 중-미 양국에 달린 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연안의 모든 나라와 국민의 손에 쥐여 있다. 중국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가 이명박 정부는 물론이고 향후 한국 정부에 가장 머리 아픈 외교 사안임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세기에서 한국이든 중국이든 모두 ‘고통스러운 터널’을 지나야만 더욱 아름다운 미래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