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4월 소련 우주인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의 우주 비행에 성공하자 충격은 공포로 변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가가린 사태’ 이틀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했다. 잔뜩 열 받은 대통령은 ‘1960년대가 끝나기 전에 미국인을 달에 착륙시킨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이 순간부터 우주는 미-소 냉전시대의 체제 우월 선전장이 됐다. 미국은 400억 달러를 퍼부은 끝에 1969년 7월 20일 달에 첫발을 내딛고 구겨진 위신을 회복했다. 케네디 사후(死後) 6년, ‘1960년대의 끝’을 5개월 남짓 남겨둔 시점이었다.
▷1970년대 동서 냉전의 데탕트(긴장 완화) 훈풍은 우주에도 불었다. 1975년 7월 18일 미국의 아폴로 18호와 소련의 소유스 19호가 대서양 997km 상공에서 도킹했다. 아폴로 비행사들이 소유스로 넘어가 국기(國旗)를 교환하고 식사도 나눠 먹었다. 두 나라가 소모적인 자존심 대결로 돈다발을 쏟아 붓는 대신 우주를 전 인류가 함께하는 협력과 평화의 장(場)으로 만들자는 생각이 싹트기 시작했다. 20년 후인 1995년 6월 미국 우주왕복선 애틀랜티스호가 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와 도킹하면서 마침내 우주에서도 냉전이 종식됐다.
이형삼 논설위원 h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