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이 감옥에 가시는데 저희들만 어찌 밖에서 지낼 수 있겠습니까."
부산지검이 20일 칠성파와 함께 부산지역 조직폭력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신20세기파' 조직원 11명을 무더기로 구속기소하는 성과를 낸 것은 조폭들의 '뜻밖의 의리'(?)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부산지검은 2006년 '영락공원 난투극'사건이후 와해됐던 신20세기파가 2010년부터 조직원들이 잇따라 출소하면서 다시 세력을 규합하자 이들의 세력을 꺾기 위해 지난 1월부터 대대적인 단속과 검거에 나섰다.
홍 씨를 검거한 뒤 한달쯤 지나 검찰에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신20세기파를 자처하는 조직원들의 자수전화가 잇따라 걸려왔기 때문이다. 조직원 최모(29) 씨를 비롯, 전모(29) 씨 등 20대 조직원 5명이 스스로 검찰청을 찾아 감옥가기를 자처한 것이다.
이들은 전화로 "자수하면 감형해 줄 수 있느냐"고 말했지만 검찰 조사에서는 "형님(두목 홍씨)이 감옥에서 고생하는데 밖에서 호강하며 있을 수 없었다"며 "고통을 함께 하기 위해 자수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조사를 담당한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들이 자수로 인한 감형을 계산한 측면도 있지만 신20세기파의 내부규율이 얼마나 철저하고 단단한가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감옥가기를 자처한 이들은 모두 고교에서 유도, 레슬링, 태권도, 야구를 한 20대의 운동선수 출신들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운동선수 출신 조폭의 경우 성격이 단순 명료하고 이들은 특히 나이가 어릴뿐 아니라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높아 실제 두목과 고통을 함께 하기 위해 자수했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20세기파는 1980년대 부산 남포동 일대 유흥가를 기반으로 구성된 폭력조직으로 칠성파와의 세력다툼 과정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다룬 영화 '친구'의 소재가 된 폭력조직이다. 이 영화에서 영화배우 장동건은 행동대장급 조직원 '동수'역으로 열연했다.
이번에 검거된 두목 홍 씨는 1대 공동두목 정모(63)·안모(61) 씨, 2대 두목 하모(45) 씨에 이어 2006년 이 조직의 3대 두목으로 활동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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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