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첫 ‘람사르 습지’ 등재 앞둔 한강 밤섬을 가다
이날 탐방대가 찾은 서강대교 아래 밤섬에는 갈대와 억새가 무성했고 뽕나무와 느티나무도 있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잡풀 무성한 밤섬의 가치는?
이날 오후 2시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을 출발한 배는 7분여 만에 밤섬에 도착했다. 출입이 통제된 곳이라 한강 청소선을 이용했다. 강 한복판에 터를 잡은 섬이지만 밤섬에도 가뭄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갈대와 억새는 비교적 잘 자라는 것처럼 보였지만 바닥은 가뭄 피해를 입은 논처럼 갈라졌고 탐방대가 지날 때마다 마른 먼지가 뿌옇게 일었다.
대학생 홍보대사인 최수현 씨(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2학년)는 “멀리 바다에 나온 것처럼 색다른 느낌”이라며 “서울에 이렇게 수풀이 우거지고 새가 나는 곳이 있다는 게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밤섬은 평범한 종류의 동식물의 서식지다. 출입이 통제돼 있을 뿐 희귀종은 없다. 밤섬의 생태를 관찰해온 이호영 동국대 생태계서비스연구소 연구원(38)은 “이곳은 서울에서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자연생태가 어떻게 변해 가는지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가치”라며 “외래종이 들어오고, 퇴적화가 심각해지는 문제도 발생하지만 이 모든 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하며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1999년 밤섬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5년마다 생태 변화를 관찰해오고 있는데 2007년 이후 올해 다시 진행 중이다. 식물은 현재 대표종인 느티나무를 비롯해 170종이 있고 조류는 77종 서식한다. 특히 겨울 철새는 1만여 마리가 머무는 것으로 집계됐다. 퇴적작용이 심해 상류 쪽인 윗섬에는 주로 자갈이 쌓이고 중간 지점에는 모래, 하류 쪽 아랫섬에는 진흙이 두꺼워지고 있다. 1985년 측정 때 17ha였던 밤섬 면적은 2008년 측정 결과 27ha로 늘었다. 올해도 측량이 진행 중인데 더 늘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 개방이냐 폐쇄냐
20일 파워블로거와 대학생홍보대사 한강자원봉사자 등이 ‘밤섬 생태 탐방’을 위해 람사르 습지 등록이 추진되고 있는 밤섬으로 향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최임광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장은 “람사르 습지 등재가 확정되면 환경부와 협의해 구체적인 생태 모니터링 계획을 만들 것”이라며 “밤섬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시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