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젊은 디자이너들은 오리지널 라인과 차별화된 세컨드 라인으로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알렉산더 왕의 세컨드 브랜드 ‘T 바이 알렉산더 왕’. 조엘 킴벡 씨 제공
지난해 9월 밀라노의 컬렉션 기간, 전 세계에서 몰려온 ‘패션 피플’이 놀라움을 금치 못할 소식이 전해졌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브랜드 ‘돌체앤가바나’가 동생 격인 세컨드 브랜드 D&G를 정리하겠다고 전격 발표한 것이다.
남성 디자이너 듀오인 도미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가 이끌며 메인 브랜드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했던 브랜드가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게 됐다는 소식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전 세계 주요 백화점에 입점했고, 시계 향수 선글라스 등의 라이선스 라인까지 갖춘 메가 브랜드의 철수는 그 여파가 적지 않을 듯했다.
돌체앤가바나가 ‘D&G가 돌체앤가바나와 다시 함께하게 돼 행복하다’는 완곡한 표현으로 알린 D&G의 철수 안내문.
‘조르조 아르마니’의 ‘엠포리오 아르마니’를 비롯해 ‘도나 캐런’의 DKNY, ‘캘빈 클라인’의 CK, ‘프라다’의 ‘미우미우’, ‘로베르토 카발리’의 ‘저스트 카발리’ 등이 바로 세컨드 브랜드들이다.
하지만 뉴 밀레니엄을 넘어서면서 소비자들의 취향이 달라졌다. ‘대중적 접근성’보다는 희소성과 최고급 품질에 가치를 두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왕 럭셔리 아이템을 산다면, 최상급 아이템을 사자”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세컨드 브랜드=아류’라는 인식도 팽배해졌다. 그 와중에 메인 브랜드와 차별화를 두면서 성공한 예도 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 많은 브랜드가 자연 도태됐다.
하지만 최근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의 성과에 힘입어 ‘세컨드 브랜드의 저주’는 조금씩 풀려나고 있다.
과감한 색상으로 인기가 높은 데릭 램의 ‘10 Crosby’.
원로급 디자이너인 도나 캐런과 캘빈 클라인도 각각 DKNY, CK를 통해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요즘 뉴욕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이끄는 세컨드 브랜드는 그때와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이전 세대가 세컨드 브랜드에 메인 라인의 ‘저렴한 버전’ 또는 메인 브랜드가 전개하기 어려운 라이선스 사업의 대리자 역할을 하게 했다면 젊은 뉴욕 디자이너들은 또 다른 신규 브랜드처럼 완전히 새로운 컬렉션으로 선보이기 때문이다.
디자이너 스콧 스턴버그는 “‘Boy.’와 ‘Girl.’은 독자적인 콘셉트로 만들어져 먼저 론칭한 남성복 라인인 ‘밴드오브아웃사이더스’의 세컨드 브랜드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이 시대의 세컨드 브랜드는 ‘병렬구조’의 발상에서 비롯된 것 같다. ‘기존의 메인 브랜드가 잘되어야 세컨드 브랜드도 만든다’는 식의 종속적 구조가 아니라 메인 브랜드와 세컨드 브랜드가 함께 발전해 나가는 민주적 구조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들 세컨드 브랜드의 미래는 어떨지 정말 궁금해진다.
패션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재미 칼럼니스트 joelkimbec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