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16일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8회초 두산 정수빈 선수가 기습번트 후 1루로 달리던 순간 야구장의 조명이 모두 꺼졌다. 변압기 이상 때문이었다. 경기는 서스펜디드(일시정지) 경기로 처리됐다. 지난해 9월 15일 서울 목동야구장. 두산과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1회말에 또 전기가 나갔다. 이번에는 한국전력거래소가 전력 소비의 급증에 따라 블랙아웃을 우려해 순환 정전을 실시한 탓이었다. 이날 정전으로 야구장뿐 아니라 전국 753만 가구와 공장, 엘리베이터 등의 전기가 끊겨 피해보상 요구가 14조 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날 상황은 블랙아웃은 아니었다.
▷2003년 8월 14일 미국 뉴욕 주 등 8개 주가 갑자기 블랙아웃 됐다. 일부 지역의 과부하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탓이었다. 지하철과 항공기는 발이 묶였고 휴대전화도 불통됐다. 상수도 펌프가 멈춰 수돗물 공급은 끊겼고 하수가 거리로 역류했다. 비상발전기를 켰지만 병원 전력이 모자라 환자들도 고통을 겪어야 했다. 전기가 끊긴 하루 동안 비상구조 요청은 평소보다 60% 늘었다. 블랙아웃은 주로 대도시에서 터져 주민들을 엄청난 혼란과 고통으로 이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