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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동생-처남 살해 20억 보험금 타내

입력 | 2012-06-22 03:00:00

‘인면수심’ 조폭 두목 등 구속 돈 급할 때마다 한 명씩 살해
교통사고 위장… 16년만에 덜미




사고로 위장해 아내, 친동생, 처남을 살해하고 20억 원가량의 보험금을 타낸 박모 씨 등 일당이 21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거액의 생명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자신의 아내와 친동생, 처남을 살해한 뒤 교통사고로 위장하고 내연녀의 남편까지 살해하려 한 조직폭력배와 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동두천에서 중고차 매매업을 하며 작은 폭력조직을 이끌던 박모 씨(46)는 1996년 돈이 필요해지자 자동차 사고로 위장해 자신의 아내 김모 씨(당시 29세)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조직원 전모 씨(36)와 함께 범행을 계획한 그는 그해 10월 자신의 승용차에서 김 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경기 양주시의 한 도로에서 전 씨의 승용차와 충돌해 사고로 위장했다. 박 씨는 보험사에서 1억4500만 원을 받아냈다.

1차 보험사기에 성공한 박 씨는 2년 뒤인 1998년 친동생(당시 28세)을 살인 목표로 삼고 동생 명의로 보험 상품 3개에 가입했다. 그는 동생의 차가 에어백이 있는 대형차여서 보험사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연료비가 많이 나오지 않느냐”며 동생 명의로 중고 중형 승용차를 사주기까지 했다. 같은 해 9월 “돈 받을 곳이 있는데 같이 가자”며 동생을 중고차에 태운 박 씨는 양주시 부근의 주차장에서 동생을 살해한 뒤 근처 도로에서 신호 대기하던 차를 고의로 들이받았다. 박 씨는 동생의 ‘목숨 값’으로 보험금 6억 원을 타냈다. 박 씨는 1998년 재혼해 그 돈으로 살림까지 차렸다.

‘살인마’ 박 씨는 2006년에도 같은 방법으로 내연녀 최모 씨(41)의 남편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최 씨가 남편 김모 씨(41)와의 불화를 하소연하자 박 씨는 손아래 동서 신모 씨에게 범행을 제안했다. 최 씨는 김 씨가 평소에 먹던 한약에 박 씨로부터 받은 수면제를 넣어 먹여 잠든 것을 확인한 뒤 박 씨에게 전화했다. 그러자 박 씨는 신 씨와 함께 김 씨를 업고 나와 차에 태운 뒤 양주시 남방동 인근 도로로 데려갔다. 이들은 김 씨의 의식이 돌아오려 하자 차 밖으로 데리고 나와 자동차로 치어 살해하려고 했지만 신 씨가 충돌 직전 마음이 약해져 측면으로 들이받아 김 씨에게 전치 18주의 중상해를 입혔다. 김 씨는 범행 사실을 모른 채 이후 2년간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경찰 조사에서 김 씨는 “사고 당시 최 씨가 ‘당신이 친구 만나러 나갔다가 변을 당했고 사고의 충격으로 기억이 안 나는 것’이라고 해 내가 피해자인지 몰랐다”고 했다.

박 씨는 2006년 4월 세 번째 살인을 저질렀다. 그는 재혼한 아내의 남동생인 이모 씨(당시 32세)를 목표로 삼고 친동생을 죽일 때처럼 이 씨의 명의로 세 개의 보험에 가입했다. 친족만 보험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익자를 장모로 지정해 계좌까지 개설했다. 박 씨는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이 씨에게 먹이고 둔기로 내리쳐 살해한 뒤 자동차 사고로 위장했다. 이후 박 씨는 장모의 통장에 들어온 보험금 12억5000만 원을 가로챘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사고로 위장해 가족을 연쇄 살인하고 총 20억 원가량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살인)로 박 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은 범행에 대한 제보를 받은 뒤 보험 가입 서류와 계좌, 통화기록 등을 조사하고 자동차기술연구소의 사고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박 씨의 혐의를 밝혀냈다. 경찰 관계자는 “재혼한 아내와 장모가 ‘절대 살인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두둔해 박 씨가 얼마나 치밀하게 행동했는지 알 수 있었다”며 “혐의를 인정한 공범들과는 달리 박 씨는 뉘우치지도 않고 담당 형사에게 협박을 늘어놓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쁜 살인마”라고 전했다.

▶ [채널A 영상]‘인간이 이럴 수가…’ 치밀하게 가족 살해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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