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에 세운 위성안테나, 아마존 아이와 세상을 이어주다
브라질 마나우스 인근 트레스우니두스 마을에 들어선 삼성 아마존학교의 빈 교실에서 캄베바 부족의 부족장인 발데미르 씨(앞줄 왼쪽)가 원주민 아이들과 함께 얘기하고 있다. 마나우스=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삼성전자가 브라질 북서부 마나우스에 지은 삼성 아마존학교의 전경. 입구 간판에 원주민 말로 삼성을 의미하는 ‘아시마나나’(빛나는 별)란 글귀가 씌어 있다. 마나우스=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삼성 아마존학교의 총괄 관리책임자인 안토니우 클렙송 씨는 “우기(雨期)가 끝나면 주변 24개 마을에 사는 원주민 아이 등 150여 명이 이곳으로 등교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중남미총괄과 브라질법인은 아마조나스 주 정부와 협력해 비정부기구(NGO)인 FAS를 후원해 삼성 아마존학교를 세웠다. 지난해 11월 완공된 학교의 교실에는 책걸상과 화이트보드 외에 자체 발전기를 이용해 생산한 전기로 작동하는 벽걸이 선풍기가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가 제공한 새 컴퓨터와 프린터도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장거리 통학을 하는 학생과 교사를 위한 기숙사, 식당, FAS 직원 사무실, 교실까지 모두 목재로 깔끔하게 지어 마치 나무로 지은 펜션을 연상케 했다. FAS의 마르셀로 라피테 씨는 “콘크리트 대신 나무로 학교를 지은 것은 원주민들이 정당한 방법으로 벌목한 나무를 사줘 이들의 소득을 높여주자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 옆 원주민들이 나뭇잎을 엮어 만든 미니극장의 정면에는 삼성전자가 제공한 큼지막한 스마트TV가 걸려 있었다. 비가 그치면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할 곳이었다.
삼성 아마존학교에 설치된 위성 안테나를 통해 원주민 어린이들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마나우스=정세진 기자mint4a@donga.com
○ 학교 보며 매일 꿈꾸는 원주민 아이들
곱슬머리 필리피(15)도 누구보다 개교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아마조나스 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마나우스에서 공부하던 아이는 원주민이라는 이유로 대도시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다 결국 고향인 이곳으로 돌아왔다. 필리피는 “도시에서 친구들이 마약에 손대는가 하면 도둑질하는 모습도 지켜봤다”며 “여기서 공부한 뒤 대도시에 있는 대학에 진학해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네오스(12)는 브라질 공식 언어인 포르투갈어보다 자기네 원주민 언어가 훨씬 편하다. 포르투갈어는 말하는 데는 별문제가 없지만 아직 읽고 쓰는 게 서투르다. 책을 봐도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매일 같이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뒤적인다. 브라질은 책값이 워낙 비싸 원주민 아이들은 평소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그는 “내 꿈은 포르투갈어를 열심히 공부해 책도 읽고 글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14가구 40여 명이 사는 이곳 트레스우니두스 마을의 아이들은 삼성 아마존학교가 생기기 전까지는 배로 왕복 4시간 이상 걸리는 학교에 다녔다. 이마저 여의치 않은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생존에 필요한 지식을 전수받는 게 고작이었다.
○ 교육 통해 환경 문제도 기여
삼성 아마존학교는 아마존 환경을 보전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전 세계 산림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아마존 밀림은 세계 산소량의 30% 이상을 공급하고 지구 동식물의 반 이상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寶庫)다. 또 전 세계 제약회사들이 개발하는 의약품의 4분의 1가량이 아마존 지역에서 서식하는 식물로부터 뽑아낸 재료를 기초로 하고 있다.
마나우스 공장에서만 5000여 명의 인력을 고용해 휴대전화 등을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삼성 아마존학교가 문을 열면 현지법인 직원들이 직접 교사로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민균 삼성전자 마나우스법인 과장은 “삼성의 사회공헌활동(CSR) 노력을 원주민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리기 위해 삼성전자의 엔지니어들이 정보기술(IT) 과목을 가르치는 등 이른바 ‘재능기부’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마나우스=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 “아마존 주민들, 교육-사회 인프라에 목말라 해” ▼
■ 브라질법인 김정욱 상무
지난해 초 삼성전자 브라질법인 판매부문장으로 부임한 김정욱 상무(사진)는 브라질에서 어떤 사회공헌활동(CSR)을 할 수 있을지 한참을 고민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브라질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미지를 구축하며 매년 25% 이상 성장한 삼성전자이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사회공헌은 필수’라는 공감대는 이미 김 상무가 부임하기 전부터 형성돼 있었다. 문제는 ‘어떻게’였다.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또 들었습니다. 그 결과 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교육·사회 인프라 구축과 자연보호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를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정보기술(IT) 역량과 혁신의 전파와 결합하는 게 숙제였습니다.”
밀림에 들어선 삼성 아마존학교는 이렇게 해서 현실이 됐다. 삼성전자가 세계 곳곳에서 추진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희망을(Hope for Children)’이라는 사회공헌활동 테마에 부합하면서도 교육문제를 해결하고 자연환경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물론 삼성전자의 사회공헌이 아마존학교에 그친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브라질법인은 스포츠를 통해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자는 뜻에서 지난해 1월 브라질의 마라톤 영웅인 반데를레이 리마를 후원하기도 했다. 그가 불우 청소년들에게 축구와 육상을 가르치는 ‘리마 재단’에 운영 경비와 IT 기기를 지원한 것이다.
리마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마라톤에서 선두로 달리다 결승점을 불과 5km가량 남겨두고 도로에 뛰어든 관중에게 떠밀려 넘어졌던 인물. 하지만 그는 꿋꿋이 일어나 3위로 완주한 뒤 “메달 색깔은 중요하지 않다. 나는 위대한 올림픽 정신을 실천했다. 나를 밀친 관중도 용서했다”고 말해 세계인의 찬사를 받았다.
김 상무는 “‘월드 베스트’를 지향하는 삼성전자와 리마의 스포츠 정신은 서로 통하는 데가 많다”고 그를 후원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삼성전자는 사회공헌활동의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마나우스=임규진 산업부장 mhjh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