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당원명부 유출 사건 진상조사대책팀장인 박민식 의원이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공한 ‘후보자 선거비용 자료’를 들어 보이며 “여야 구분 없이 상당수 후보자가 총선 당시 유출된 명부를 산 문자발송업체를 이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 “여야 모두 같은 업체 이용”
사정당국 관계자는 21일 “A사에 문자발송 홍보 업무를 맡긴 새누리당과 민주당 소속 후보는 각각 90명 정도”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종합편성방송 채널A가 A사를 이용한 것으로 확인한 새누리당 총선 후보 29명 이외에도 새누리당 예비후보 60여 명이 A사와 거래했다는 얘기다. 총선 후보 29명 중에는 전략공천을 받은 10명과 경선을 치른 5명 등 모두 15명이 최종 당선됐다.
▶본보 21일자 A1·6면
새누리 당원명부 빼낸 업체 총선후보 29명 선거 도왔다
이는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새누리당의 당원명부 유출사건은) 통합진보당의 부정경선과 똑같은 사건이다. (A사를 이용한) 새누리당 당선자들의 자진사퇴를 권고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윤리위에 제소할 것”이라고 공세를 편 데 대한 반격이다. 박 의원은 “그렇다면 민주당 의원들도 사퇴하라”고 맞불을 놨다.
▶ [채널A 영상]“사퇴하라” 공격에 “민주당도 해당 업체 이용” 맞불
○ 빼돌린 당원명부 어떻게 쓰였을까
박 의원은 이날 “통상 문자발송업체는 문자 발송을 위한 시스템을 제공할 뿐 (문자를 보낼) 연락처는 의뢰인이 직접 입력한다”고 강조했다. 문자발송업체가 당원명부를 활용할 여지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정치권에서는 당원명부를 갖고 있다고 해서 공천과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이 많다. 실제 현역의원 등 당협위원장은 자기 지역구의 당원명부를 얼마든지 열람할 수 있다. 전국 선거도 아닌 지역구 경선을 위해 당원명부가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는 얘기다. 당원과 일반국민이 참여하는 경선 선거인단이 꾸려지면 모든 후보에게 선거인단 명단을 제공하는 점도 당원명부의 희소가치를 떨어뜨린다.
하지만 정치 신인의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당장 새누리당에 우호적이고, 여론조사든 선거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새누리당 당원명부를 손에 쥐고 있다면 웬만한 조직을 꾸리는 것보다 선거에서 훨씬 유리할 수 있다. 당장 가장 일반적인 선거운동으로 자리 잡은 문자메시지 발송 시 무작위로 돌리면 자칫 유권자들의 거부감만 키울 수 있다. 하지만 당원명부가 있다면 ‘맞춤형 홍보’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4·11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새누리당 전 의원 10명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당원명부가 어떻게 유출됐는지, 공천과정에서 어떻게 악용됐는지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 당선무효 등 선거결과엔 영향 못 미쳐
당원명부 유출사건이 당선무효 등 선거결과를 뒤집는 상황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설령 돈을 주고 당원명부를 구입해 홍보에 활용했다 하더라도 선거법상 문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당원명부 유출 및 활용 과정의 불법성 여부 등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수사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변수가 발생한다면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검토해 보겠지만 아직 그럴 만한 상황은 없다”고 밝혔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