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꿀 영양성분과 큰 차이
우리나라에선 예전부터 가짜 꿀 파동이 사회적 이슈가 되어 왔다. 그 이유는 아마도 국내에 좋은 꿀의 양이 적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좋은 꿀을 구하기 힘든 것은 국내의 밀원이 빈약해서다. 토종꿀이 아닌 양봉꿀조차 부족한 실정이라 매년 5000∼1만5000t의 꿀을 수입한다.
국내에선 꿀의 채집지역에 많이 분포한 꽃의 이름을 따 꿀 제품의 명칭을 붙인다. 또 채밀(꿀을 뜨는 것) 후 꿀의 색과 향 등을 고려해 이름을 짓기도 한다. 하지만 그 기준이 엄격하지 않은 편이다. 통상 국제적인 기준으론 동일종의 꽃에서 모아진 꿀이 80% 이상이어야 상표에 그 꽃의 이름을 쓸 수 있다.
TV를 보면 가끔 국내 양봉업자들이 벌통 안에 설탕물을 공급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사양(飼養·사육과 같은 말)벌꿀, 즉 꿀벌이 설탕을 먹고 만들어낸 꿀이다. 꿀벌을 기르는 사람들은 장마철이나 동절기 먹이가 부족할 때 꿀벌에게 설탕을 먹이로 주는데, 이런 과정에서 사양벌꿀이 만들어진다.
우리나라의 규격기준은 △벌꿀을 꿀벌이 꽃 꿀이나 수액 등 자연물을 채집해 벌집에 저장한 물질을 채밀한 것 또는 △일벌의 인두선(타액분비선)에서 나오는 분비물을 그대로 또는 섭취가 용이하도록 가공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에 맞지 않으면 꿀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없다. 그럼에도 국내에선 사양벌꿀도 꿀로 판매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유는 위에서 언급했듯 밀원이 적은 국내 실정 때문이다. 양봉 농가의 몰락을 방치할 수 없어 묵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국내의 양봉은 소규모로 이루어진다. 꿀의 채집과 채밀을 양봉 농가에서 모두 작업한 뒤 상품을 소분(포장) 업체에 판매하는 직거래 형태다. 하지만 밀원이 충분한 벌꿀 생산국에서는 양봉을 대형으로 한다. 양봉농가는 꿀을 채집만 하고 소분업체에 벌통째 납품한다. 소분업체는 대규모의 채밀공장에서 납품된 벌통의 꿀을 채밀해 품질을 검사하고, 등급에 따라 상품의 가격을 축산농가에 지불한다. 따라서 품질 관리가 명확하고 위생적이다.
국내에서도 사양벌꿀을 판매할 땐 사양벌꿀이란 표시를 해야 하긴 한다. 하지만 그 표시가 법규에는 없는 자율적인 권고 사항이란 게 문제다. 또 사양벌꿀을 확인할 수 있는 완벽한 검사법이 마련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진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약독물과 식품연구실장·이학박사 jji20000@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