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경기가 있을 때마다 잘못된 예측을 내놓아 ‘펠레의 저주’란 말까지 나오게 한 브라질의 축구스타 펠레(왼쪽). 반면 독일의 한 해양생물박물관에 살았던 문어 파울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족집게 예언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동아일보DB
▶수많은 저주 가운데 우리나라와 관련된 것도 제법 있다. 한일 월드컵 때 한국이 파죽지세로 4강에 오르자 펠레는 주저 없이 결승행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의 말이 나오기 무섭게 한국은 준결승에서 독일에 0-1로 대회 첫 패배를 당했다. 펠레는 황선홍의 활약을 보고는 “월드컵이 끝나면 몸값이 크게 오를 것이며 유럽에 진출할 것”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저주에 걸린 황선홍은 얼마 안 돼 소속팀 가시와 레이솔(일본)에서 방출됐고 전남과 계약했지만 그나마 부상으로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채 은퇴했다. 펠레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선 한국의 16강 진출을,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선 16강 좌절을 예측했다. 뒤바뀐 결과는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한국은 두 대회 조별 리그에서 나란히 승점 4점을 얻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펠레가 선수로선 최고였지만 지도자 경험이 부족해 경기를 예측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순수 아마추어 팬들조차 맞힐 수 있었던 그 수많은 오류가 설명되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이제 펠레의 예측은 해당국 선수들의 경기력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축구계의 대표 징크스가 됐다는 점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펠레는 예측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로도 홍역을 겪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다. 펠레가 월드컵 주제가를 부른 가수 아나스타샤(미국)와 포옹을 하면서 그녀의 푹 파인 옷을 흐뭇하게 내려다보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1년 후 아나스타샤는 유방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참고로 8강전이 치러지는 현재 스페인과 독일이 결승에서 만날 가능성은 여전히 가장 높다. 스포츠통계 전문업체인 인포스트라다 스포츠그룹은 스페인에 절대 유리한 8강 대진이 확정되자 결승전 카드로 스페인-독일이 29.6%, 스페인-잉글랜드가 12.2%, 스페인-이탈리아가 10.8%인 것으로 전망했다. 우승 확률은 역시 스페인이 33.8%로 가장 높다. 독일 28.1%, 잉글랜드 9.7%, 이탈리아 8.8%, 포르투갈 7.8% 순. 그러나 이 정도는 굳이 전문가나 슈퍼컴퓨터가 아니라도 대부분 팬들이 엇비슷하게 내놓을 수 있는 예측이다.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가 인포스트라다에 의뢰해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각국 성적과 종목별 메달리스트를 예측한 내용도 흥미롭다. 한국은 지난해 9월 첫 발표에선 금메달 4개(은 7개, 동 13개)로 19위에 머물 것이란 비관적 평가를 받았다. 박태환이 수영 남자 자유형 400m에서 2연패에 성공하고, 남자 10m 공기권총의 진종오와 유도 81kg급의 김재범, 배드민턴 남자 복식의 이용대-정재성 조가 골드 판정을 받았다. 한국의 메달 텃밭인 양궁과 태권도에선 금메달이 없고, 역도 여자 75kg 이상급의 장미란도 러시아의 타티아나 카시리나에게 밀려 은메달에 그친다고 예상됐다.
▶그러나 매달 업데이트되는 이 전망은 1월 들어 한국이 11위(금 8개, 은 3개, 동 14개)로 껑충 뛰더니 최근엔 10위(금 9개, 은 2개, 동 16개)로 다시 격상됐다. 남녀 양궁 단체전과 왕기춘(유도 남자 73kg급), 차동민(태권도 남자 80kg 이상급)에 이어 복싱 49kg급 미만의 신종훈이 금메달 후보로 추가됐다. 한국 축구가 브라질 멕시코에 이어 동메달 후보로 거론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처럼 같은 회사의 예측도 시점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반면 남아공 월드컵 때 문어 파울은 족집게 예언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독일 오버하우젠의 해양생물박물관에서 살던 파울은 자국 팀과 관련된 7경기(5승 2패)와 스페인이 네덜란드를 꺾은 결승전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했다. 아무런 사전 정보나 조작 없이 문어가 8경기 승패를 모두 맞힐 확률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갈 수준인 0.39%에 불과하다. 이에 당시 파울의 승승장구에 의혹의 눈초리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놀랍지 않은가. 문어가 펠레보다 낫다니. 이 때문인지 유로 2012가 개막하면서 제2의 파울 자리를 놓고 후계자 경쟁이 뜨겁다. 대회 주최국 우크라이나에선 돼지 푼티크가 조별 리그 6경기 가운데 4경기를 맞혔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공동 개최국 폴란드에서는 코끼리 시타가 예언을 하고 있다. 시타는 잉글랜드 첼시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적중시킨 전력을 자랑한다.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