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유일 여경 출신 조사관 동양생명 지경순 씨형사출신 그녀의 집념 “보험사기 꼭 잡힙니다”
동양생명 보험사기 특별조사팀 지경순 수석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퇴계로 생명보험협 회에서 보험기록을 들여다보며 사기 사건을 설명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치밀하게 계획된 보험사기도 그의 레이더에 걸리면 덜미가 잡힌다. 동양생명 보험사기 특별조사팀(SIU) 지경순 수석(52·여) 이야기다. 19일 서울 중구 생명보험협회에서 기자와 만난 지 수석은 사회에 만연한 보험사기와의 전쟁 최전선에 있어서인지 결연한 표정이었다.
그는 국내 유일의 여자 경찰 출신 보험사기 조사관이다. 보험금 때문에 캄보디아인 아내를 살해한 남편, 중국에서 허위로 사망한 것처럼 꾸민 자매, 고아로 자란 청년을 사고로 위장해 살해한 사채업자 등 세간에 화제가 됐던 보험사기극의 전모는 그의 손을 통해 드러났다.
그는 보험조사관으로 변신한 첫해 52억 원 규모의 보험사기 사건을 해결했다. 2004년 4월 정육점 주인 A 씨가 운전 미숙으로 경기도 외곽 절벽에서 추락해 언어청각 1급 장애 진단을 받았다며 2005년 7월 11개 보험사에 52억 원의 보험금을 청구한 사건이었다. 보험사는 A 씨가 단기간에 여러 보험사의 보험에 집중 가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지 수석은 A 씨의 거짓말을 밝히려고 두 달간 A 씨 동네에서 생활했다. 동네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며 동네 사람들과 친분을 쌓았다.
지 수석은 인터뷰 다음 날 병원 입원기록을 속인 보험사기를 밝혀내기 위해 다시 지방으로 갔다. 그는 “보험금에 눈멀어 사람을 죽이는 악마가 되는 걸 막으려면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되기 전에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