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충돌/로런스 코틀리코프, 스콧 번스 지음·정명진 옮김368쪽·1만5000원·부글북스◇무연사회/NHK무연사회 프로젝트팀 지음·김범수 옮김/285쪽·1만3000원·용오름
미루이미지스 제공
‘세대충돌’의 저자는 미국의 재정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첫 번째 이유로 ‘국민의 장수’를 꼽았다. 장수의 꿈을 실현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미국인은 이 돈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공식 부채는 약 11조 달러. 그러나 미국 정부가 약속한 복지 프로그램을 위해 지출해야 할 금액과 미국 정부가 거둬들일 세금 수입의 차이를 나타내는 ‘재정격차(fiscal gap)’는 211조 달러에 이른다. 저자는 이를 근거로 미국은 “이미 오래전에 파산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가장 ‘파멸적인 성공’은 은퇴를 ‘보수가 높은 장기적 직업’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현재 은퇴자 1인당 사회보장연금과 건강보험으로 매년 3만 달러 이상이 든다. 미국 1인당 국민소득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돈이다.
저자는 “미국 정부의 재정정책은 폰지 사기꾼(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다단계 금융사기범)과 같다”며 “현 세대의 빚을 미래 세대에게 지우는 ‘행운의 편지’ 돌리기가 끝나면 붕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1960년대 초부터 1980년대 말까지 80대 이상의 평균 소비는 164%나 늘어난 데 비해 20대의 평균 소비는 38%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노년층의 주택담보대출은 상환할 수 없을 때 집을 포기하면 사라지지만 젊은층의 학자금대출은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경제위기와 취업난까지 겹쳐 젊은층의 빈곤을 가속화하고 있다.
2008년 11월 5일 오후 3시 15분경 일본 도쿄 도 오타 구 히가시로쿠고의 다가구주택 2층 거실에서 한 남자가 양반다리를 하고 앞으로 쓰러져 넘어진 채 부패한 상태로 발견됐다.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는 TV 소리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일본 공영방송인 NHK는 심층취재를 통해 이처럼 연고자가 없어 지방자치단체가 공적비용으로 화장하거나 매장하는 사람의 수가 3만2000여 명에 이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취재팀은 사망 현장에 남겨진 얼마 되지 않은 단서를 바탕으로 사건을 좇는 형사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되짚는 취재를 해나갔다. 충격적인 것은 가족이나 친족이 있는데도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이미 살아 있을 때부터 수십 년간 가족이나 친척과 떨어져 ‘무연’의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무연사의 현장에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겨났다. ‘특수청소업’이다. 유족을 대신해 유품을 정리하는 전문업자다. 전국적으로 30개사가 성업 중이다. 생전에 가족 대신 사후정리를 해주는 자원봉사단체에는 고령자뿐만 아니라 50대 신청자도 몰려든다고 한다. 무연고 묘지가 될 우려 때문에 모르는 사람 수백 명과 함께 묻히는 ‘공동묘’를 예약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두 책은 경제위기 속에서 장수 사회의 우울한 면만 다룬 측면이 없지 않다. 고령화 저출산 시대를 슬기롭게 잘 헤쳐 나가는 나라도 있다. ‘세대충돌’의 저자는 미국의 ‘세대 간 제로섬 게임’이 “남의 자녀는 내 자녀로 보지 않는 다인종 사회의 그늘”이라며 세대 간의 ‘경제적 이타주의’를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한국 사회도 고령화 저출산이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미국의 ‘세대충돌’과 일본의 ‘무연사회’의 교훈을 깊이 되새길 때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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