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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신광영]용산 참사 ‘두 개의 문’

입력 | 2012-06-25 03:00:00


용산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두 개의 문’을 개봉일(21일)에 관람했다. 건물 옥상 망루에서 화염병을 던지며 저항한 철거민, 이들을 잡으러 불지옥에 뛰어든 경찰. 영화는 한쪽을 성급히 편들지 않았다. 시위대 측 변호인 인터뷰와 경찰특공대원들의 법정진술을 교차시키며 저항하는 자와 진압하는 자가 공유했던 공포에 초점을 맞췄다. “생명에 위협을 느꼈지만 작전 중단을 요구할 처지가 아니었다”는 한 대원의 증언은 망루 안에 갇혔던 생명들을 돌아보게 했다. 객석은 오래도록 고요했다. 옆 관객의 테이크아웃 커피잔은 눈물을 닦은 휴지로 가득했다.

▷2년 전 확정판결이 난 용산 사건의 판결문에선 화염병이 주인공이다.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의 책임이 어디 있느냐가 최대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172쪽에 달하는 1, 2심 판결문의 절반을 할애해 시위대가 경찰 쪽으로 던진 화염병이 참사를 초래했다고 논증했다. 경찰 진압도 정상적 공무집행으로 인정했다. 시위 주도자에게 징역 4, 5년의 중형이 선고된 이유다. 영화는 시시비비를 가리기에 바쁜 판결문의 삭막함을 파고든다. ‘두 개의 문’ 상영관의 좌석이 연일 매진되면서 ‘도가니’ ‘부러진 화살’에 버금가는 파급력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영화가 ‘용산 철거민의 투쟁은 정당했는가’라는 질문을 피해간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들은 화염병 400개, 염산병 40개를 챙겨 망루에 올랐다. 새총 20개로 쏠 골프공 1만 개, 유리구슬 3000개도 준비했다. 대비 태세를 갖추는 경찰을 향해 쏜 ‘탄환’은 8차로 차도와 인도에 떨어졌다. 골프공은 주행 중인 승합차와 가정집의 창문을 관통했다. 화염병이 터져 고깃집과 약국에 불이 번졌다.

▷시위대는 보상금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으니 다른 곳에서 비슷한 규모로 장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8년 전 개발계획이 나와 같은 처지의 상가세입자 439가구 중 80%는 이미 가게를 옮겼다. 결사 항전을 위해 망루에 오른 건 26가구(6%)였다. 이들이 요구를 관철했다면 94%의 세입자는 어리석은 타협을 한 것이 된다. 철거민이 망루로 내몰린 것인지, 망루를 선택한 것인지 영화는 따져 묻지 않았다. 생존권을 내건 투쟁은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을까. 용산 참사를 겪고도 우리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신광영 사회부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