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성 교수 이끄는 ‘실시학사’ 실학총서 5권 출간2년전 이헌조 LG전자 고문, 70억 기부해 본격 연구
이우성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실시학사의 실학연구총서 발간에 대해 “이헌조 LG전자 고문의 도움과 열정 덕분”이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실시학사는 이 교수가 정년퇴임한 1990년 만든 실학 연구단체로 LG전자 회장을 지낸 이헌조 LG전자 고문(80)이 2010년 사재 70억 원을 기부하면서 재단법인으로 출범했다. 인문학에 각별한 애정을 지닌 이 고문이 실학 연구에 써달라며 쾌척한 기금으로 본격적인 연구 및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22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실시학사에서 만난 이 교수는 “많은 사람이 실학에 관심이 있지만 구체적이고 뚜렷한 연구 성과가 없는 현실에서 이번 총서가 실학 연구 발전에 공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70년 국내 실학 연구의 고전으로 꼽히는 ‘실학연구서설’을 펴내고 조선 실학파를 경세치용과 이용후생, 실사구시로 처음 분류한 실학 연구의 권위자다.
이 교수와 이 고문의 인연은 2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 김호길 전 포항공대 학장이 경북 안동의 고향집으로 이 교수와 이 고문 등 5명을 초대한 것. 금세 마음이 맞은 이들은 안동에서 돌아오는 길에 한시 짓는 모임 ‘난사(蘭社)’를 만들었다. 매달 함께 한시를 짓고 세상 이야기를 나눈 것이 벌써 22일 모임으로 246회가 됐다. “거의 매달 모임을 지속해온 것이 놀랍습니다. 헤어질 때 운자를 내고 각자 그 운자로 시를 지은 뒤 다음 달 모임에서 시를 발표합니다. 내년에 30주년 기념 시집을 낼 계획입니다.”
한때 11명까지 불어났던 난사 회원은 김 학장 등 4명이 별세해 7명만 남았다. 이 교수와 이 고문을 비롯해 조순 전 경제부총리, 이종훈 전 한국전력공사 사장, 김용직 서울대 명예교수, 이용태 전 삼보컴퓨터 명예회장, 김종길 고려대 명예교수가 현재 회원이다.
이 교수는 자택 근처 실시학사로 매일 출근해 젊은 학자들의 자문에 응한다. 매주 이틀은 후학들과 함께 경학 저술 및 고전문학을 강독한다. 올해는 ‘다산 탄신 25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이 교수는 “다산 정약용을 겉핥기식으로 연구한 논문들만 나왔을 뿐 다산 연구는 아직 10분의 1도 안된 상태”라며 “다산을 더욱 심층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시학사는 내년에도 ‘반계 유형원 연구’ ‘초정 박제가 연구’ 등 실학연구총서를 계속 발간한다. 또 총 9권으로 된 실학번역총서 발간도 준비하고 있다. “요즘 젊은층은 한문 독해력이 부족하니 실학 서적을 우리말로 번역해 보급하자”는 이 고문의 뜻에 따라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 최근 이 고문은 추가로 2억 원을 지원했다.
실시학사는 25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고양=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