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입-목 발생 암, 복잡미묘한 수술 생존율 세계최고
서울아산병원 두경부암센터 치료팀이 후두암에 걸린 환자의 치료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치료팀은 “암 수술 이후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문의 협진과 환자 상담이 필수”라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최 씨는 곧바로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를 찾아갔다. 이비인후과 의사들은 “다른 장기에 대한 암세포 검사를 해보자”며 두경부암센터를 소개했다. 두경부암은 얼굴 부위에서 뇌와 눈을 제외한 입이나 얼굴, 목에 생기는 암을 총칭한다. 후두암, 구강암, 인두암, 침샘암, 비강 및 부비동암이 두경부암에 속한다.
두경부암센터 치료팀은 양전자방출 단층촬영(PET-CT)으로 최 씨의 온몸을 찍었다. 치료팀의 영상의학과 교수들은 최 씨의 폐와 담도에서 암세포를 추가로 발견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최 씨의 폐암과 담도암은 모두 1기였다.
2009년 문을 연 서울아산병원 두경부암센터는 최 씨와 같은 중증 환자를 치료하며 의술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 두경부와 다른 장기의 암을 동시 치료
두경부암이 자주 발생하는 입과 목에는 통증을 전달하는 세포가 상대적으로 적게 분포한다. 대부분 환자들은 암 발생 초기에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병이 진행된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암은 발생 초기에 손을 쓰면 생존율이 80∼90%로 높은 편이지만 3, 4기에 치료하면 생존율이 30∼40%로 뚝 떨어진다. 그중 하인두암의 생존율이 가장 낮다.
두경부암은 다른 암과 함께 발생한다는 점도 치료의 어려움을 더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치료팀이 강 씨의 전신을 정밀검진한 결과 폐와 담도에서 암세포가 추가로 발견됐다.
치료팀은 지금까지 치료한 환자 227명을 상대로 다른 장기에서 발생한 암세포를 추적했다. 그 결과 환자 35명이 강 씨처럼 두경부암과 다른 장기의 암이 동시에 발견된 사실을 확인하고 추가 치료를 끝냈다. 두경부와 동시에 암이 발생한 장기는 주로 식도 위 갑상샘 폐였다.
치료팀을 이끌고 있는 김상윤 교수(두경부암센터장)는 “협진의 장점은 두경부암과 다른 장기의 암세포를 동시에 발견하고, 복합적인 치료도 한 곳에서 끝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 선진국을 앞지르는 생존율
두경부암 수술 전후에는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병행한다. 암세포의 크기를 줄인 뒤 수술을 하거나 수술 이후 암이 재발할 위험이 클 때는 해당 부위에 방사선을 쬔다. 수술이 불가능할 때 표적항암제 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 치료 방식을 택하는지는 치료팀의 정확한 진단과 경험에 달려 있다.
김 교수는 “침샘에 있는 암을 제거하고 난 뒤에도 코나 입 식도 등 다른 기관에 암이 퍼지지 않았는지, 다른 기관의 기능을 떨어뜨리지 않는지, 수술 후 후두나 구강의 기능이 그대로 유지되는지 잘 봐가면서 치료해야 하기 때문에 협진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수술의 난도가 높지만 치료팀의 성과는 선진국 병원의 평균을 앞지르고 있다. 치료팀이 최근 조사한 결과 치료가 가장 어려운 하인두암 3년 생존율은 48.3%로 나왔다. 이는 미국 병원 평균 35%, 캐나다 32%보다 매우 높은 수치다.
○ 삶의 질을 중시하는 성형과 재활
두경부 수술을 받고 나면 외모가 변할 수 있다. 암세포가 입 안이나 목안에 심하게 퍼져 있으면 많이 잘라 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얼굴이 변하기 쉽다. 이 때문에 수술의 난도가 높아진다. 두경부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외모도 변화시키지 않는 치료법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비인후과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재활의학과 성형의학과 전문의로 구성된 치료팀은 수술 이후 삶의 질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 전 환자 상담을 실시한다. 수술 후 재활이나 성형에 들어갈 때도 환자의 의견을 듣는다.
치료팀의 최승호 교수(이비인후과)는 “수술 이후에는 먹고 숨쉬는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재활치료를 우선 돕는다. 혀에 암이 발생한 환자의 경우 혀를 모두 잘라내도 말을 다시 할 수 있을 정도로 재건(再建)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수술 후 흉터가 심하거나 얼굴이 변형되면 성형외과 전문의들이 환자의 팔 다리 배에서 근육과 혈관을 잘라내어 재건수술에 들어간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