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어 부화시켜 분양땐 딸 시집보내는 기분”
10년 동안 민물고기 연구에만 매달려온 한정조(왼쪽), 이동훈 연구사가 13일 오후 경기 양평군 용문면 광탄리 경기도민물고기연구소 내 수조에 들어가 양식 중인 철갑상어를 직접 들어 보이고 있다. 양평=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 어의사와 철갑상어 전문가
한 연구사는 2004년 ‘어의사(魚醫師)’가 됐다. 정식 명칭은 수산질병관리사. 동물을 치료하는 수의사처럼 물고기 등 수산생물을 치료하고 질병을 연구한다. 국내에는 현재 100명 안팎의 어의사가 있다. 경기도민물고기연구소처럼 주로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한 연구사는 연구소 내 수산질병관리원(물고기병원)에서 물고기 질병 연구를 맡고 있다. 평상시에는 이곳에서 물고기 질병 예방이나 치료법을 연구하지만 갑자기 아픈 물고기가 생기면 한밤중에라도 병원에 다시 나와야 한다. 그는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의사들이 호출 받고 병원으로 오듯이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연구사는 철갑상어의 달인이다. 경기도민물고기연구소는 1999년부터 러시아 철갑상어 연구를 시작했다. 이 연구사는 연구소에 들어오자마자 철갑상어 전담 연구를 맡았다. 2004년 처음으로 알을 받아 인공부화를 시작했다. 이제 연구소는 국내 최대 철갑상어 치어 생산지가 됐다. 철갑상어 치어는 마리당 2000원의 가격을 받고 양식업체에 분양된다. 송어나 산천어가 마리당 200원, 메기가 마리당 100원인 것을 감안하면 철갑상어의 몸값은 수준이 다른 셈이다. 이 연구사는 2009년부터 한반도 토종 철갑상어 복원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회귀성 어종인 토종 철갑상어는 러시아산에 비해 생육환경이 까다롭다”며 “민물과 바닷물을 오가며 연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복원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홍석우 경기도민물고기연구소장은 “물고기는 단 한 마리만 병에 걸려도 엄청난 피해가 난다”며 “두 사람처럼 물고기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있어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치어 분양 때에는 ‘시원섭섭’
두 사람은 보통 오전 5시 연구소에 출근한다. 퇴근은 빨라야 오후 10시. 물고기에게 문제가 있으면 아예 퇴근을 포기하거나 휴일에도 출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 연구사는 “집에서 쫓겨날 지경”이라며 웃었다. 가끔 가족이 야식을 싸갖고 와 연구소에서 함께 먹을 때가 아주 행복한 순간 중 하나다.
두 사람이 가장 섭섭하고 서운하게 여기는 일은 애지중지 키운 물고기 치어를 양식업체에 분양하는 것이다. 한 연구사는 “마음이 짠하다. 마치 딸을 시집보내는 친정아버지의 심정이랄까”라고 말했다. 이 연구사는 “시원섭섭하지만…. 고생한 걸 생각하면 시원한 마음이 조금 더 크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