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생계형 자영업자 517명 조사… “최저임금도 못벌어”
“쉬지 않고 일해도 희망이 없다.”
대한민국 자영업자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국내 경제활동인구(2593만 명) 4, 5명 중 한 명은 자영업 종사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자영업 종사자는 584만6400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 닥친 2008년 12월 이후 42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전체 335만5000개 사업체 중에서 종업원이 5인 미만이면서 연 매출 1억 원 미만인 업체를 운영하는 ‘생계형 자영업자’는 196만여 명. 특히 이들 중 150만여 명은 연 매출이 50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네 식당이나 청과물상 슈퍼 문구점 사장들은 인건비 줄 돈도 없어 가족까지 총동원해 가게를 운영해 보지만 손에 쥐는 돈은 최저임금(시간당 458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만 하는 데도 벌이는 시원찮았다. 생계형 자영업자의 대다수(75.6%)가 40대 이상이었지만 중소기업 신입사원 수준에도 못 미치는 돈을 벌고 있었다. 응답자의 절반가량인 45.3%는 장사를 해서 손에 넣는 순이익이 200만 원이 못 됐다. 10명 가운데 2명은 한 달 순이익이 4인 가족 최저생계비(149만5550원)도 안 됐다. 형편이 쪼들리다 보니 종업원을 두는 것도 어려웠다. 49.4%가 혼자 또는 가족 1명과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절반가량(45.1%)은 “전업이나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생계형 자영업자가 빈곤층으로 전락하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처럼 국가경제에도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대로 방치하면 자영업 시장이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을 넘어 공멸의 블랙오션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노후준비가 미흡한 생계형 자영업자의 증가는 복지수요를 팽창시키는 등 정치·사회적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생계형 자영업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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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