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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인터뷰]장황에서 직설로… 孫 화법이 달라졌어요

입력 | 2012-06-26 03:00:00

어려운 말투 버리고 ‘똥, 불쏘시개’ 표현
변화 이유 묻자 “권력의지가 강해진 것”




“박근혜 대표 머릿속엔 아버지밖에 더 있나.”

“실제로 내가 대통령 될 것 같다. 허장성세 아니다.”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달라졌다. 25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선 단호하고 분명한 말투가 돋보였다. 그동안 교수 출신인 그는 정치권에서 어렵고 모호한 말투로 유명했다. 장황하게 설명하는 ‘강의형 화법’에 가까워 한참 들어도 핵심이 뭔지 알기 어려웠다. 거친 공격형 발언도 거의 하지 않아 야당 지도자로서 야성(野性)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참모들은 “진지하지만 메시지 전달력이 떨어진다”며 화법의 변화를 건의했으나 “생긴 대로 살겠다”는 답변만 들었다. 그러던 그가 바뀌었다.

손 고문은 최근 ‘똥’, ‘주홍글씨’, ‘불쏘시개’ 등 예전에 사용하지 않던 직설적 표현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가 늘 강조하는 ‘민생’을 ‘잘 먹고 잘 싸야 건강하다’는 뜻에서 똥에 비유했다. 자신감도 부쩍 늘었다. 요즘은 “대통령 하고 싶다”는 솔직한 말도 자주 한다. 변신에 대한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당 안팎에선 “다른 대선주자에 대한 평가나 비판도 서슴지 않아 대선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25일 인터뷰에서 손 고문은 ‘화법이 간결하고 분명해졌다’는 얘기가 나오자 “좀 더 절실해진 거지. 권력 의지가 강해졌다고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더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대표와 장관, 도지사, 4선 의원을 지낸 그에게 ‘대통령’에 대한 꿈은 간절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만은 않다. 야권 유력 주자만 3, 4명에 이르고 지지율도 높지 않다.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다. 이런 상황이 말투의 변화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손 고문은 4월 말 유럽 5개국의 노동, 복지, 교육 등 정책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더 세진 자신의 권력 의지를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현지 곳곳을 돌며 나도 모르게 ‘대통령이 되면 선진국 사례를 어떻게 적용할까’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나를 발견했다”며 “나도 놀랐다. 절실한 사명감이랄까, ‘내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