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 제2함대 23고속정전대 부전대장·해군 중령
필자는 제2연평해전 당시 357호정 정장이던 윤영하 소령의 편대장이었기에 유도탄고속함 1번함인 윤영하함에 승조해 훈련에 참가했다. 유도탄고속함의 위용을 보면서 함께 기뻐할 영령들의 명복을 머리 숙여 빌며, 전우들의 고귀한 희생과 가족들의 염원에 보답하기 위해 기필코 NLL을 사수하고 조국의 바다를 지켜 내리라는 다짐을 다시 한 번 해본다.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제2연평해전과 6명의 용사들에 대한 관심과 추모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2002년 6월 29일 오전 10시 25분 NLL을 넘어온 북한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31분간의 생사를 넘나든 사투(死鬪). 기습을 받은 우리 해군은 윤영하 소령을 비롯해 전사 6명, 부상 19명이라는 피해를 보았다. 하지만 평소 훈련한 대로 즉각 대응사격을 실시하고 불굴의 전투 의지와 투혼으로 싸웠다. 북한 함정은 대부분 파손된 채 30여 명의 사상자를 내고 퇴각했다.
우리는 당시 정부가 정한 교전규칙에 따라 최선을 다해 싸웠다. NLL 무력화라는 적의 도발 의도를 분쇄하고 NLL 사수라는 우리에게 부여된 사명을 목숨 바쳐 완수했다. 자랑스러운 승전이었다.
제2연평해전 교전 직후 ‘참-357호정’의 피탄면을 보면 함교, 포대, 기관실, 통신실 등 주요 선체에만 수십 발의 포탄 자국이 남아 있다. 특히 함교 지휘관 현창에는 구경이 큰 탄흔이 유난히 많다. 이는 치밀한 계획하에 정조준했을 때 가능한 결과다.
또한 북한 경비정은 아군에 집중 공격을 하기 위해 측면 사격을 할 수 있도록 기동했으며, 우리 편대의 기함이던 참-358호정이 북한 함정 앞을 지나가고 40mm 주포가 제한 각을 벗어나는 순간 초탄을 발사했다. 이는 358호정의 공격시간을 지연시키면서 357호정을 집중 사격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근무하는 2함대 내에 제2연평해전 전적비가 있다. 그곳에 가면 윤영하 소령을 비롯해 그리운 얼굴들이 새겨진 동판을 볼 수 있다. 2함대 장병들은 NLL 사수 의지를 굳게 다지기 위해 출동 전에 반드시 전적비를 찾는다.
김찬 제2함대 23고속정전대 부전대장·해군 중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