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현정 이름값 못한 ‘미쓰 GO’■ 송새벽에게만 기댄 ‘아부의 왕’
“스크린에 걸기만 하면 장사가 된다.”
올해 상반기는 ‘한국 영화 르네상스’라고 조심스럽게들 말한다. 5월 말까지 한국 영화 관객 수는 3650만 명. 지난해 2860만 명, 2010년 2460만 명에 비해 월등히 많다. ‘댄싱 퀸’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 ‘건축학 개론’ ‘내 아내의 모든 것’ 등 400만 명 이상을 모은 영화가 4편이나 된다.
그러나 한 해 농사를 좌우하는 여름시장을 앞두고 21일 나란히 개봉한 ‘미쓰 GO’와 ‘아부의 왕’이 이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형국이다. 기획과 캐스팅 단계에서 여러모로 주목을 받던 영화들이라 실망이 더 크다.
영화는 공황장애로 대인기피증이 있는 순정만화가 천수로(고현정)의 좌충우돌 해프닝에 초점을 맞춘다. 낯선 수녀의 호의 때문에 물건을 배달한 천수로는 500억 원대 마약 사건에 얽힌다.
드라마 ‘대물’ ‘선덕여왕’ 등에서 카리스마 연기를 선보였던 고현정은 이 영화에서의 ‘소심녀’라는 옷이 어울리지 않는다. 드라마는 십수회 이상 캐릭터를 쌓아갈 수 있지만 영화 연기는 2시간 안에 승부를 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천수로란 캐릭터는 연기하다 만 느낌이다. 마지막 부분에서 소심녀가 ‘선덕여왕’의 미실처럼 눈을 크게 뜨고 주체적인 인물로 변신하는 설정도 어색하다.
다른 캐릭터들은 모래알처럼 대단원으로 달려간다. 유해진은 배우 자체의 능청스러움과 정겨운 매력이 여전하고, 조폭 두목 이문식과 수사반장 성동일의 연기도 ‘B학점’ 이상이다. 하지만 전체 드라마에 기여하지 못하고 ‘따로 논다’.
○ ‘송새벽다움’을 낭비하는 ‘아부의 왕’
본디 그의 매력은 의외성에 있다. ‘방자전’에서 이방에게 구박을 당하다가 돌연 주전자를 휘두르며 광기를 뽐내던 변학도, ‘마더’에서 원빈에게 뜬금없는 발차기를 하던 세팍타크로 형사를 보며 관객은 ‘쟤는 뭐야’라며 눈이 반짝 떠졌다. 어떤 언어로도 설명 못할 독특한 느낌이 그만의 자산이었다. 하지만 이번 배역은 진부함, 그 자체였다. 변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입사원 동식(송새벽)은 우수한 성적으로 보험회사에 입사했지만 아부를 못해 그만 상사의 눈 밖에 난다. 영업직으로 발령받은 동식은 아부의 전설인 혀 고수(성동일)를 찾아가 비법을 전수받으려 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