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케이블 한 주에 30편 넘게 방영… 연기자 부족 사태
이처럼 조연배우들이 일일드라마와 미니시리즈를 오가며 드라마 2, 3편에 겹치기 출연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드라마에 따라 완전히 성격이 다른 캐릭터로 출연하는 일도 빈번하다.
장현성은 SBS 수목드라마 ‘유령’에서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초대국장인 냉철한 성격의 전재욱으로 출연하고 있다. 그러나 KBS2 월화드라마 ‘빅’에서는 허술한 구석이 있는 강혁수로 나온다. 주인공 강경준(아역 신원호)의 유산을 호시탐탐 노리는 외삼촌이다.
‘명품 조연’으로 얼굴을 알린 김응수는 ‘각시탈’에서 총독부 경무국장 콘노 고지와, ‘닥터진’에서 실세 좌의정 김병희로 출연 중이다. 이 밖에 △김정난(‘신사의 품격’의 능력녀 박민숙 vs ‘각시탈’의 이화경 백작부인) △최정우(‘유령’의 경찰청 수사국장 신경수 vs MBC 시트콤 ‘스탠바이’ 류정우) △천호진(‘각시탈’의 종로경찰서장 기무라 타로 vs MBC ‘무신’ 이규보) 등도 방송사를 넘나들며 여러 드라마에 동시 출연하고 있다.
조연급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이 잦아진 것은 지상파 3사와 케이블방송 등에서 한 주 30편이 넘는 드라마가 방송되는 반면 안정된 연기를 선보이는 연기자 수는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아이돌 출신 연기자가 주연으로 캐스팅되면서 극의 흐름을 이끌 조연에 대한 수요도 많아졌다. 스타급 주연이 없는 ‘각시탈’이 얼굴이 알려진 조연을 대거 기용한 것도 이런 이유다.
이문원 문화평론가는 “연기자가 조연을 거쳐 주연으로 성장하는 게 아니라 조연은 조연에 머무르고, 아이돌 가수는 계속 주연만 하는 ‘연기 계급화’가 조연들의 중복 출연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