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우스트-멜니코프 듀오 콘서트 ★★★★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이자벨 파우스트와 러시아 피아니스트 알렉산드르 멜니코프는 진지함과 참신함을 함께 갖춘 명연주를 들려줬다. LG아트센터 제공
그동안 이 듀오, 특히 파우스트는 참신한 감각과 모던한 취향, 그리고 치열한 학구적 자세를 바탕으로 팬층을 확보해 왔다. 이날 공연은 그런 그의 강점과 매력, 그리고 연인 사이인 멜니코프와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십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프로그램은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위주였다. 분명 이 듀오가 최근에 내놓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집(아르모니아 문디)이 각종 음반상을 석권한 사실이 크게 작용했을 텐데, 아마도 관객 중 상당수는 5번 ‘봄’과 9번 ‘크로이처’라는 양대 인기작을 기대하며 공연장을 찾았을 것이다.
‘봄’ 소나타에서도 파우스트의 바이올린은 빛을 발했다. 특히 1악장 주제가 흐르기 시작할 때 피어오른 다사로운 뉘앙스가 각별했다. 다만 칸타빌레적인 맛과 여유가 다소 부족했던 4악장은 면밀한 분석과 숙고에 기초했을 그의 해석에도 아직 보완의 여지가 있음을 시사하는 듯했다. ‘크로이처’ 소나타에서는 두 연주자가 작심한 듯 과감히 격돌했는데, 그 열기가 조금은 과도했던 듯 간혹 위태로운 면을 노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나름대로 모험과 스릴의 묘미로 가득했던 흥미진진한 연주였다.
앙코르로 연주한 존 케이지의 ‘야상곡’을 들으면서 다음번에는 파우스트가 자신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근·현대 레퍼토리를 들고 내한했으면 하는 바람을 품었던 건 필자뿐이었을까.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