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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무용지용(無用之用)

입력 | 2012-06-27 03:00:00

無: 없을 무 用: 쓸 용 之: 어조사 지 用: 쓸 용




세속적 안목으로는 별 쓰임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게 도리어 큰 쓰임이 있다는 뜻이다. “산에 있는 나무는 사람들에게 쓰이기 때문에 잘려 제 몸에 화를 미치고, 기름불의 기름은 밝기 때문에 불타는 몸이 된다. 계피는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그 나무는 베이고, 옻나무는 그 칠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잘리거나 찍힌다. 사람들은 쓸모 있는 것의 쓰임만을 알 뿐 쓸모없는 것의 쓰임을 알지 못한다.”

장자 ‘인간세(人間世)’ 편의 이 말은 초나라의 미치광이 접여란 자가 공자가 머물던 문 밖에서 비꼰 말로 알려져 있다. 이 우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판단 기준이 나무의 입장과는 판이한 것을 말한다. 어설픈 지식으로 사물을 재단하는 편협함을 꼬집은 것이다.

물론 장자 역시 무용과 유용의 근본 차이에 대해서는 이런 입장이었다. ‘장자 산목(山木)’ 편에 나온다. 장자가 산속을 가다가 큰 나무를 보았는데 잎과 가지가 무성했다. 나무꾼이 그 곁에 머문 채 나무를 베려 하지 않아 그 까닭을 물었더니 “쓸 만한 데가 없습니다(無所可用)”라고 답했다. 장자가 말했다. “이 나무는 재목감이 안 되므로 주어진 나이를 다할 수 있구나.” 산을 나와 옛 친구 집에 머물렀다. 친구는 매우 반기며 심부름하는 아이에게 기러기를 죽여 대접하라고 했고, 아이가 물었다. “한 놈은 잘 울고 또 다른 놈은 울지 못합니다. 어느 쪽을 죽일까요?” 주인은 “울지 못하는 놈을 죽여라”라고 했다. 이튿날 제자가 장자에게 “어제 산속의 나무는 쓸모가 없어서 그 천수를 다할 수 있었는데, 지금 이 집주인의 기러기는 쓸모가 없어서 죽었습니다. 선생님은 대체 어느 입장에 머물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쓸모 있음과 없음의 중간에 머물고 싶다.(중략) 영예와 비방도 없고 용이 됐다가 뱀이 되듯 신축자재(伸縮自在)하며, 때의 움직임과 함께 변하여 한 군데에 집착하지 않으련다.”

장자의 말처럼 유연한 마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만물의 근원인 도에 노닐면서 만물을 주재하게 돼 만물에 좌우되지 않으면서 화를 피해 나가는 지혜를 터득해 보기로 하자.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