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명 국제부 차장
기자는 서먼 사령관으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 평소 잘 알고 지내던 한국 주재 미 정부 고위 관계자에게 사실 확인 및 서먼 사령관의 인터뷰가 가능한지 대신 물어봐 달라고 청했다. 그는 “업무 협의 미팅이 있으니 물어봐주겠다”고 했다. 며칠 뒤 그는 “기사는 명백한 오보다. 서먼 사령관이 화가 많이 나 있고 매우 난처한 처지에 있다”고 알려 왔다.
그는 “서먼 사령관은 ‘지난해 7월 부임 이후 연합사 문제를 한 번도 거론한 적이 없는데 왜 이런 기사가 나갔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한국적 정서를 정말 모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보도 내용은 전작권 이양이 결정된 노무현 정부 때부터 연합사의 미래와 관련해 실무진이 검토한 다양한 의견 중 하나일 뿐이며 전혀 공식적인 것이 아니다”라면서 “그동안 한미 정부 간의 전작권 이양 결정 과정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이런 보도가 비상식적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와의 대화 이후 한국의 합참의장, 육군참모총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등을 지낸 전직 군 지휘관들에게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전작권 이양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연합사도 존속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간절하지만 이것은 양국 정부와 의회 차원에서 논의될 일이지 군 실무자들이 비공식적으로 논의할 사안이 절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한국 언론에 대한 쓴소리를 많이 들었다. 상대가 있는 중대한 국가적 사안의 경우 잘못된 사실로 여론을 몰아가서는 안 된다는 충고였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가 하소연하듯 남긴 마지막 말이 오랫동안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런 보도들이 나오면 결과적으로 모든 책임을 미국이 져야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있지도 않은 일을 만들어 한국민의 기대만 부풀리게 한 뒤 뜻대로 안 될 경우 ‘미국은 신용이 없다’ ‘미국 사람은 믿어서는 안 된다’는 실망을 줄 것 아닌가.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미국이 한국 내 이념 대결 같은 정치적인 일에 좌·우파 모두로부터 이용당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허문명 국제부 차장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