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국가론 5번째
지중해의 소국(小國) 키프로스가 25일 유럽연합(EU)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그리스의 경기침체로 대형은행이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은 탓이다. 유로존에서 아일랜드 포르투갈 그리스 스페인에 이어 다섯 번째 구제금융 신청국이 됐다.
키프로스 정부는 성명에서 “그리스에 대한 대규모 은행권 손실로 유발된 키프로스 경제의 위험을 억제하기 위해 금융 지원을 요청했다”며 “구제금융은 대형은행의 자본 확충에만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인구 약 80만 명, 경제 규모는 스페인의 60분의 1 정도인 키프로스는 그리스에 대한 채권단의 국채손실부담(PSI) 참여로 은행권이 30억 유로(약 4조3401억 원)가 넘는 큰 손실을 입었다. 키프로스는 그리스 민간 부문에 대한 대출액이 220억 유로로 자국 국내총생산(GDP) 규모인 180억 유로를 넘는다. 키프로스는 자국의 재정 운용 등의 문제가 아니라 타국 경제침체의 영향으로 인한 이른바 ‘확산효과(spillover effect)’로 구제금융을 받는 사례를 남기게 됐다. 키프로스 현지 언론은 구제금융 규모가 60억∼100억 유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키프로스는 EU의 구제금융을 피하기 위해 러시아에서 25억 유로를 지원 받았다. 피치는 키프로스의 장기 국가신용등급을 ‘BBB-’에서 정크(투자 부적격) 등급인 ‘BB+’로 한 단계 강등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