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부터 예술의전당서 목판 120여 점 특별전시회
단원 김홍도가 쓴 체화정의 ‘담락재(湛樂齋)’ 편액. 단원의 글씨를 볼 수 있는 희귀한 자료다.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이처럼 희귀한 김홍도의 글씨를 만날 수 있는 목판 전시회가 열린다. 한국국학진흥원과 예술의전당은 27일 오후 4시부터 다음 달 22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3층에서 ‘목판, 선비의 숨결을 새기다’ 특별전을 연다. 목판은 나무판에 글씨를 뒤집어 새긴 뒤 먹을 묻혀 찍어내는 것으로, 책을 찍는 책판과 글귀를 새긴 서판, 문 위나 벽에 거는 현판이 대표적이다. 특히 책의 내용을 손으로 일일이 베껴 쓰던 필사본 단계에서 나아가 다량의 책을 찍어내는 책판이 보급되면서 지식이 활발히 유통되어 조선시대 성리학과 실학이 꽃필 수 있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단원의 ‘담락재’ 편액을 비롯해 한석봉(한호)이 쓴 도산서원 편액, 퇴계 이황이 좌우명으로 삼았던 경구를 새긴 친필 서판, 퇴계선생문집 초간본인 경자본(庚子本·1600년 간행본) 책판, 선조어필, 양녕대군의 글씨를 새긴 병풍용 판목인 후적벽부, 추사 김정희의 화수당(花樹堂) 현판 등 120여 점을 선보인다. 모든 전시품은 문중의 소장품으로 과학적 보존과 연구를 위해 국학진흥원이 기탁받아 보관 중인 목판들이다.
임 소장을 비롯한 연구원들은 발로 뛰며 문중을 설득해 목판을 수집해 왔다. 임 소장은 기억에 남는 목판으로 10여 년 전 우연히 발견한 중국고금역대연혁지도(中國古今歷代沿革之圖)를 꼽았다. 안동 권씨 병곡종택에서 조선후기 학자 병곡 권구의 문집 책판을 받아 나오는데 대청마루 밑에 널찍한 나무판이 수백 년 쌓인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심상치 않은 느낌에 들어내보니 권구가 청소년 교육을 위해 만든 동아시아 역사 연표였다.
임 소장은 “삼황오제로부터 시작되는 중국 역사와 단군으로부터 시작되는 우리 역사가 동등하게 수록돼 있었다”며 “사대주의가 아닌 우리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중국고금역대연혁지도를 만날 수 있다.
매일 4회(오후 1, 3, 5, 7시) 전시 해설을 제공하며 관람료는 없다. 02-580-1662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