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시장 혼란 가중 우려
김 위원장은 25일 금융위 간부회의에서 “한은과 정부의 협력이 없으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대책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며 한은과의 정책 공조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면 ‘요청’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압박’에 가깝다는 게 금융위 내부의 분석이다.
금융위가 지난해 6월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을 내놓을 때부터 ‘한은의 통화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지만 그간 한은의 대응이 부족했다는 시각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특히 한은법 개정으로 한은의 존립 근거에 물가안정 외에 금융안정까지 포함됐는데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은에 대해 답답하다는 속내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두 사람은 지난해 5월 한은의 금융회사 단독조사권 부여 문제로 부딪친 뒤 내내 긴장관계를 이어왔다. 당시 저축은행 퇴출 사태로 감독당국의 관리능력이 도마에 오르자 한은은 금융감독원을 배제하고 은행을 직접 조사할 수 있는 단독조사권을 얻으려고 총력을 기울였다. 김 총재는 내부회의에서 직원들에게 거듭 단독조사권에 관한 철저한 이론 무장을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아무 기관에나 조사권을 줄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고 결국 한은과 금감원의 공동 조사권으로 귀결됐다. 당시 한은 내부에서는 다른 기관도 아니고 어떻게 중앙은행을 ‘아무 기관’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며 원망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두 사람은 이달 초 유럽 재정위기에 관련한 전망을 놓고도 ‘대공황과 맞먹는 위기’(김 위원장), ‘수출이 좋고 경상흑자는 예상치를 웃돌 것’(김 총재)이라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
한편 전문가들은 두 사람 외에도 최근 정책 당국자들이 다른 부처의 영역을 침범하는 사례까지 빚어져 ‘컨트롤타워’ 부재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권혁세 금감원장의 “가계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한 22일 발언과 신제윤 기획재정부 제1차관의 “통화량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19일 언급이 각각 재정부와 한은의 일에 간섭하는 사례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