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업계 긴장
이번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기술 유출로 세계 시장을 선도해 온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및 LG디스플레이(LGD)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AMOLED TV 패널은 SMD와 LGD가 주도적으로 경쟁해 왔으며 하반기부터는 이 패널을 장착한 TV가 양산된다.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3∼9위권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중국과 대만업계는 국내 업계와 3년 이상의 기술 격차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MD 관계자는 “이번에 유출된 기술은 우리 연구원들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회로”라며 “이를 활용하면 경쟁업체들이 기술 격차를 빠르게 줄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기술은 한번 유출되면 회수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기술 유출을 시도한 관계자와 회사 내부 동조자들을 엄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오보텍 직원들이 빼돌린 내용에는 ‘증착’(진공상태에서 금속이나 화합물 등을 물체 표면에 얇게 입히는 것) 등 직접 현장에서 적용하는 기술이 포함되지 않았다. 증착은 아몰레드 패널 생산에서 중요한 공정 가운데 하나로 상당한 수준의 기술적 노하우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회로도만 가지고 대형 패널을 바로 양산할 수는 없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앞으로 5년간 전 세계 아몰레드 시장 규모가 810억 달러(약 9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큰 시장에서 수년간 한국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이끌 기술을 중국과 대만 업체들이 빠르게 따라잡는다면 세계 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고 막대한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