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사(先史)시대의 중요한 유적이 최근 발굴됐다. 강원 고성군 문암리에서 약 5000년 전의 밭이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에 의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고고학 유적의 연대를 추정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근처에서 신석기시대 집터에 이어 전형적인 신석기시대 유물인 빗살무늬토기 조각이 출토되자 발굴 관계자들은 흥분했다.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신석기시대 중기의 밭이 확인된 것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밭 유적은 경남 진주 대평리에서 발견된 청동기시대의 것이었다.
▷한반도에는 70만 년 전부터 사람들이 거주한 것으로 추측되지만 오늘날 한국인의 조상은 신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 이후에 들어온 사람들이다. 이번에 발굴된 밭은 당시에 벌써 많은 사람들이 한반도에 정착해 있었음을 보여준다. 농경 시대 이전에 사람들은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며 사냥과 채집, 고기잡이를 해서 먹고살았으나 본격적인 농사를 시작하면서 안정적인 식량 확보가 가능해지자 한곳에 머무르게 됐다. 이번 발굴로 한반도에서 그 시점을 1000년 이상 올려 잡아야 한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