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균 교육복지부 기자
기자는 초등학교 때부터 신문 훑는 재미에 빠졌다. 지금도 신문이 최고의 교육 콘텐츠라고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흘 전 신문을 접어 버렸다. 애들이 볼까 무서워서.
밤늦은 퇴근길, 한산한 지하철에서 신문을 넘기던 중이었다. 내 오른편에 서있는 여중생의 눈길도 내가 보던 신문에 꽂혀 있었다. 스마트폰 대신 신문을 보는 아이가 기특해 일부러 찬찬히 신문을 넘겼다. 몇 장 넘기다 보니 단정한 차림새의 중년 여성이 걸어가는 사진이 나왔다. ‘옷 로비 의혹 부산 교육감, 경찰 출두’라는 큰 활자가 눈에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신문을 확 접어버렸다. 여학생이 교육감에 대한 기사를 읽지 못하도록 말이다.
교육감이 검찰과 법정을 들락날락하는 세상이 정상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쯤 임혜경 부산시교육감이 의상실에서 180만 원어치 옷을 받았다는 뉴스를 접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옷 로비’라는 단어를 다시 들었다. 선거법 위반에 뇌물 혐의까지. 교육감 비리도 막장으로 향하는 게 아니냐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초중고교생에게 교육감상은 가장 권위 있는 상훈 중 하나다. 학교를 1등으로 졸업하면 졸업식 단상에서 시도교육감이 주는 상을 받는다. 생활기록부에 교육감상이 기록되면 입시에서 가산점이 있다는 얘기가 많다. 학생 학부모 교사의 일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직책도 교육감이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 도덕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이유다.
공교롭게도 최근 좋지 않은 일로 주목을 받은 교육감들은 선거 당시 반부패와 개혁을 부르짖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만채 교육감은 “교육 비리는 성장하는 어린이들에게 엄청나게 부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말 두려운 일”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런 말이 현실이 됐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교육감에게 품은 불신과 실망이 열심히 일하는 현장의 교육자들에게까지 투사될까 두렵다. 학생들이 신문을 볼 때 교육감 비리 소식을 다시 접하고 교육수장이나 교사에 대한 존경심을 잃을까 봐 빨리 덮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교육감의 비리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념적 성향과도 상관이 없다.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도 인사비리 등으로 2010년 실형을 받았다. 수사나 재판을 받더라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이는 교육감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언론에 오르내린 교육감들의 혐의를 보면 얼굴이 후끈거린다.
김희균 교육복지부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