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토레스’ 와인 매니저가 찾아낸 ‘남도음식과 와인 궁합’
스페인의 와인 명가 ‘토레스’의 아시아 지역 담당 호세프 플라나 매니저는 최근 기자와 만나 토레스 와인과 우리나라 남도 음식의 마리아주를 추천했다. 그가 들고 있는 ‘셀레스테’는 육전과 최상의 조합을 이룬다. 신동와인 제공
마리아주(와인과 음식의 궁합)도 다르지 않다. 따뜻한 날씨와 훌륭한 원재료의 맛을 살린 음식문화, 감정 표현에 솔직한 사람들.
스페인 와인 명가 ‘토레스’의 아시아 지역담당 호세프 플라나 매니저는 “스페인과 여러모로 닮은꼴인 한국 남도지방 음식은 토레스 와인과 훌륭한 짝꿍”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토마토 마 샐러드와 이베리코
처음 상 위에 오른 음식은 언뜻 보기엔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카프레제 샐러드(토마토와 모차렐라 치즈를 겹겹이 쌓은 이탈리아 캄파니아 지역 음식)를 닮은 토마토 마 샐러드. 단백질과 비타민B1이 풍부한 마에 토마토와 유자 소스, 허브 후추를 곁들인 이 샐러드와 짝지어진 ‘웰컴 드링크(환영주)’는 화이트와인이 아닌 레드와인 이베리코였다.
플라나 매니저는 “스페인에서는 테이블 위에 늘 와인을 두고 즐긴다”며 “스페인의 대표적 음식인 하몬(소금에 절여 건조한 돼지다리로 만든 햄) 중 최고급으로 치는 ‘하몬 이베리코’를 먹을 때 어울리는 가벼운 와인이 이베리코”라고 설명했다.
민어찜과 비냐 에스메랄다
비냐 에스메랄다를 맛본 뒤 ‘한국 전통주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향이 난다’고 하자 플라나 매니저는 “녹색 사과향 때문일 것”이라고 답했다. 다양한 꽃과 과일 냄새가 섞인 듯한 이 와인은 술을 즐기지 않는 여성도 좋아할 만큼 감각적이고 화사했다. ‘포도밭의 에메랄드’라는 이름처럼 와인잔에서 올라오는 기포를 감상하는 일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플라나 매니저는 “맵지 않은 스페인 음식과 비슷하다. 고기 품질은 스페인보다 더 뛰어나다”며 이날 테이블에 오른 음식 중 육전을 가장 좋아했다. 그는 “한국은 음식의 가짓수가 많고 육전처럼 재료 맛에 충실한 메뉴가 많다는 점에서 스페인과 무척 비슷하다”며 “운전할 때 화를 내는 사람들의 기질조차도 한국은 나의 고향(스페인)과 닮았다”며 웃었다.
육회낙지와 마스라플라나
돼지갈비묵은지조림과 살모스
2시간 가까이 이어진 식사를 마치며 플라나 매니저는 “음식과 와인을 매칭할 때는 소믈리에나 전문가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직접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이 좋다”며 “와인은 음식을 즐기기 위한 조연일 뿐이며 식탁의 주인공은 당신”이라고 말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