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도 뛰어나고 항암 효과도 굿, 콩 심은 데 건강 난다
콩국수는 여름철 보양식이지만 만들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우리콩두부를 갈아 만들면 손쉽게 즐길 수 있다. 조리 사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게 좋아 보이면 ‘콩깍지가 씌었다’고 한다. 나눔의 미학은 ‘콩 한 쪽도 나눠 먹는다’로, 거스를 수 없는 진리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고 한다.
콩은 우리 민족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콩과 관련된 속담만도 100여 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한민족 지혜 담긴 건강 묘약
콩의 성분과 효능은 다른 어떤 식품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구하기 쉽고 먹기 쉽고 소화도 잘된다. 고혈압 당뇨병 등 성인병 예방은 물론이고 항암 효과도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각종 암의 발생 원인이나 치료법이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전통 발효 음식이 암을 물리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발효음식의 한가운데에 있는 게 바로 콩이다. 콩 속의 이소플라본은 식물 에스트로겐으로 여성의 유방암, 뼈엉성증(골다공증), 남성의 전립샘 비대 및 암 예방에 좋다.
대한폐경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폐경 여성 30명을 세 그룹을 나눠 6개월 동안 각각 100mg, 150mg, 200mg의 이소플라본을 섭취하게 한 뒤 호르몬 변화와 폐경기 증상 정도를 측정한 결과 83.8%가 안면홍조가 좋아졌다고 응답했다. 69.2%는 전신 피로감 개선, 54.5%는 관절염 개선 효과를 보았다.
원광대 보건대학원도 우리나라 장수마을을 조사한 결과 콩과 마늘 수확량이 많을수록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최근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콩 단백질에 혈관 보호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제품에 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콩은 그야말로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선물’이다.
콩 요리만 1000가지
다양한 요리도 개발되고 있다. 고급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두부샐러드, 두부아이스크림, 두부스테이크 등 신메뉴 개발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나라의 콩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매년 줄어 전체 콩 수요량의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게 됐다. 반면 소비자들은 수입산 콩의 잔류농약 및 안전성 때문에 가격이 비싸도 국산 콩을 선호하는 추세다.
헬렌 니어링은 ‘소박한 밥상’에서 ‘아직은 대기업이 공기와 햇빛, 잠, 휴식, 맑은 물을 독과점하지 않지만, 세계인이 먹는 음식은 많은 부분을 독과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칫 우리의 콩 시장 전체가 외국의 자본과 기술에 잠식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가 식용 콩 자급 50% 달성 계획을 내놓은 것이 1998년. 그로부터 10년을 넘겼는데도 식용 콩 자급률은 예나 지금이나 30% 선에서 턱걸이하는 수준이다.
최근 농협중앙회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식(食)사랑 농(農)사랑 운동’은 우리의 땅에서 재배 생산되는 농산물이 우리의 건강을 지킨다는 생명운동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우리의 건강은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 달려 있다.
너무도 쉬운 콩 요리
여름철 콩 음식 중 대표적인 게 콩국수다. 예나 지금이나 입맛이 없고 땀을 많이 흘리게 되는 여름이면 더위에 지친 심신에 활력을 주는 보양식이다. 하지만 콩을 물에 담가 껍질을 벗긴 뒤 삶아 다시 블렌더에 곱게 가는 일은 바쁜 현대인에게 번거롭다. 이럴 때 두부를 사용하면 간단하고 고소한 콩국수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우리 콩으로 만든 신토불이 두부가 더욱 고소하다는 사실만은 염두에 두자.
이기진 기자·한중양식조리기능사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