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가 무대… 함께 신나게 흔들어봐요!
개그맨 김병조 씨가 노원 문화의 거리에 조성된 서커스단 형상화 조형물 ‘플레이’를 만져보고 있다. 김 씨는 “노원구는 서울에서 옛것이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노원역 2번 출구와 이어진 노원 문화의 거리. 이 거리가 달라졌다. 노원구는 4년 전부터 53억 원을 들여 거리를 새로 단장했다. 1.8km 거리 바닥에 깔린 화강석에는 그림을 새겨 넣었다. 화강석 의자 80개를 군데군데 설치했다. 앉으려고 보니 시구가 한 구절씩 적혀 있다.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을 본떠 만든 입구를 지나면 피에로와 서커스단을 형상화한 3m 높이의 ‘플레이(PLAY)’라는 조각가 김도영 씨의 작품이 반갑게 맞아준다. 왼쪽 방향에는 105m² 규모의 야외무대가 눈에 띈다. 토요일이 되면 거리 전체가 들썩이는 무대가 된다. 35년간 노원구에서 살았다는 개그맨 김병조 씨(62)와 25일 노원 문화의 거리를 걸어봤다.
○ 길거리 공연 메카로 성장
김 씨는 “대형 공연장이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쇼’라면 길거리 무대는 배우와 관객이 함께 호흡하는 소통”이라고 말했다. 그의 길거리 공연 예찬론이 이어졌다. 몸집만 키운 공연장보다 오히려 공연 문화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모시고 행사도 했고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도 해봤습니다. 대형 무대에 서면 객석을 내려다볼 수 없어요. 그러나 길거리 공연은 관객과 호흡을 주고받는 쾌감이 있습니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고 남녀노소가 함께 어울리고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어요. 진짜 공연이죠.”
야외무대 앞에 서서 거리를 둘러보니 상권도 독특했다. 유명 커피숍이 줄줄이 들어선 반면 턴테이블에서 흘러나오는 기계음 섞인 1970, 80년대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음악주점도 있다. 여고생들이 찾을 법한 떡볶이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한편 중년이 찾을 만한 막걸리집들도 한 골목을 차지했다. 김 씨는 “이래서 노원구를 떠날 수가 없다. 서울에 옛것이 남아 있는 지역이 거의 없지만 이곳은 다르다”고 말했다.
“박수 소리가 크면 얼마나 고생했을까 싶어 안쓰럽고 객석 반응이 별로면 얼마나 속상할까 싶어 안타깝습니다. 아들 공연은 늘 마음 졸이면서 봅니다.”
김 씨는 조선대에서 한학을 가르치고 있다. 라디오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평생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일이다. ‘무대의 달인’인 그에게 길거리 무대에 서는 젊은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나가 놀아라, 다만 사람이 되어라”란 유행어로 답한다.
“눈치 보고 평에 휘둘리고 그럴 필요 없어요. 연습보다 공연을 하면 실력이 두 배로 늘어요. 어느 순간 무대를 즐기는 자신을 보게 될 거예요.”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