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문화 엄마-아이 국악교실
거문고 연주단이 20일 서울 서대문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3층 교육장에서 연주를 하는 가운데 아이들이 거문고 타는 손길을 지켜보고 있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둥기당 둥당∼.’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타고 흐르는 거문고 가락.
“무슨 소리지?” 호기심이 발동한 예지(6·여)가 문을 열고 빼꼼히 얼굴을 내밀었다. 필리핀 출신 엄마와 바이올린을 배우는 아이에게 리허설 중인 거문고 연주자들의 모습은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잠시 후 센터 3층에 거문고 연주자들이 들어오자 아이들은 “가야금!” “거문고!”를 외치며 기대어린 표정이었다. 눈앞에서 우리 악기를 처음 접했을 중국 일본 필리핀 베트남계 엄마들도 연방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으며 큰 관심을 보였다.
“거문고는 첼로와 비슷하고 아쟁은 더블베이스. 그럼 바이올린은 무엇과 비슷할까요?” “가야금요.” 이선희 씨가 낸 퀴즈의 정답을 맞힌 태정이(11)는 동생 하나(9)에게 부상으로 받은 사탕을 주며 정겨운 남매의 모습을 보여줬다.
동영상을 통한 거문고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의 시선은 연주자들의 손길에 쏠렸다. 아빠가 베네수엘라계인 노아(11)는 엄마 곁에서 “재밌다”며 장단을 맞췄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국악을 가르치는 고지영 씨는 “산만할 줄 알았던 아이들이 집중해 연주하는 데 흥이 났다”고 했다. 조선시대 행진곡에 이은 세 번째 곡 ‘접동(소쩍)새’. 퀴즈로 나온 소쩍새의 전설은 더블베이스를 배우는 환지(12·여)가 맞혔다.
밥 짓는 솥이 너무 작아 밥을 더하려 해도 지을 수 없어 끝내 굶어 죽은 며느리가 소쩍새로 환생했다는 이야기. 전설은 슬프지만 가락은 경쾌하다. 예술고 강사인 신기린 씨 앞에서 아이들은 거문고 타는 흉내 내기에 몰두했다. 신 씨는 그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단다.
2년 전 대만에서 온 희제(8·여) 엄마 쉬윈신 씨(36)는 “이렇게 가까이서 거문고 연주를 본 것은 처음”이라며 “딸이 낯선 악기를 만나 즐거워했다”고 전했다. 자신의 여덟 살 아들을 대하는 마음이었다는 이선희 씨는 아이들을 위한 무대라면 기꺼이 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