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한 포르투갈 선수 승부차기 실패 5번 키커 호날두 슛도 못해보고 쓴맛
“챔피언스리그에서 실축했을 때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나는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꼭 다시 한 번 승부차기에 나서고 싶었다.”
스페인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레알 마드리드)는 승부차기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이에른 뮌헨(독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전(4월 26일) 승부차기에서 네 번째 키커로 나섰다. 1-2로 지고 있던 상황에 부담을 느낀 그의 슈팅은 어이없이 골대 위로 넘어가고 말았다. 결국 레알 마드리드는 승부차기에서 1-3으로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팬들은 “라모스가 쏘아 올린 공이 아직도 우주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28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의 돈바스 아레나에서 열린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유로 2012 4강전. 연장전까지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양 팀은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2-2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라모스가 키커로 나섰다. ‘4강전’ ‘네 번째 키커’…. 챔피언스리그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상대팀의 기를 꺾은 그의 골은 효과를 발휘했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중압감을 느낀 포르투갈의 브루누 알베스(제니트)의 슈팅이 골대 상단을 맞고 튀어나온 것이다. 반면에 스페인은 세스크 파브레가스(바르셀로나)의 슈팅이 골대를 맞은 뒤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 승부차기에서 4-2로 포르투갈을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패장인 포르투갈의 파울루 벤투 감독은 “라모스의 파넨카 킥이 승부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라모스는 ‘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되며 승부차기의 악몽을 털어냈다.
한편 이번 대회 득점왕을 노리던 포르투갈의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골)는 슈팅이 번번이 골문을 벗어나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포르투갈은 호날두가 부진했을 때 골을 넣어줄 최전방 공격수가 없다는 고질적인 약점에 또 한 번 발목을 잡혔다. 호날두는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5번 키커로 예정됐던 것으로 보이나 그가 공을 차기 전에 승부가 끝났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