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만에 새 앨범 ‘패럴랙스’
박정현은 “새 앨범을 작업하며 완전히 기교를 빼고 노래하는 것도 가창력의 한 영역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면서 “8집에서는 ‘나가수’ 분위기를 의식하지 않고 내가 타오던 흐름을 순순히 따라 가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티엔터테인먼트 제공
‘패럴랙스’는 3년 만의 새 앨범이다. MBC TV 경연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나가수)에 출연하기 전인 2010년 말 착수한 8집 작업은 ‘나가수’에 출연하면서 중단됐다. “‘나가수’에 그 정도 시간이 들어갈지 몰랐어요. 새 앨범 작업은 올해 초에야 재개됐죠.” 몇 년 전 인터뷰 때보다 한국말 실력이 부쩍 나아진 듯했다. ‘나가수’에 나가고 오디션 프로 ‘위대한 탄생’의 멘토로 출연하며 자연스레 말이 늘었다고 한다. 1998년 데뷔 이후 10년보다도 더 많이.
‘나가수’ 이후 자신에게 쏠린 이목 때문에 새 앨범 작업에 더 신중해졌다. “방송 이후 사람들이 ‘편지할게요’ 같은 제 히트 곡보다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첫인상’을 더 듣고 싶어 하더라고요. 고민이 많아졌어요.”
앨범에는 어쿠스틱, 일렉트로닉, 록의 요소를 고루 섞었다. 그는 “늘 록을 즐겨들었지만 한 앨범에 이렇게까지 많은 록 스타일의 노래가 들어간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번엔 처음으로 아예 국내 인디 뮤지션들을 앨범 작업에 끌어들였다. 몽구스의 몬구가 상큼한 일렉트로니카 곡 ‘레인드롭스’를, 이이언이 내성적인 전자음 넘실대는 ‘유 돈트 노 미’를 작사 작곡 편곡해줬다. 그는 이 노래들에서 절창을 배제하고 분위기로 승부했다.
“(미국 컬럼비아대 영문과 학사) 졸업을 위해 2009년부터 2010년 말까지 미국에 머물다 돌아왔는데 우리 인디음악이 놀랄 만큼 발전해 있었어요.” 아예 서울 홍익대 근처에 거처를 잡고 인디 뮤지션들이 자주 찾는 술집도 드나들며 그들과 교류했다. ‘나가수’ 이후 지친 상태였고 리메이크만 반복하다 보니 음악에 중심이 흐트러진 느낌이어서 다시 중심을 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외국 음악 중에서도 캐나다의 아케이드 파이어, 미국의 더 내셔널 같은 인디 록밴드들에 푹 빠져 지냈다.
‘기존의 박정현’까지 죽일 필요는 없었다. 정석원(015B), 황성제, 강현민 등 기존의 음악 파트너들도 기용하되 선곡과 편곡에 배의 노력을 기울였다. 첫 곡 ‘그렇게 하면 돼’에서는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지은 작사가 박주연에게 노랫말을 맡겼다.
그는 7월에 대구(7, 8일), 경기 고양시(14∼15일), 서울(27∼29일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 광주(21일) 등 전국을 돌며 다시 관객 앞에 선다.
“‘음악만 하면서 먹고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가수 처음 시작할 때 목표였어요. 지금도 같아요. 돈이든 관객이든 많을 땐 많은 대로, 적을 땐 적은 대로 꾸준히 제 음악을 해나가는 것. 그거면 돼요. 파도를 타고 흘러가듯 음악과 함께 계속 나아가는 것….”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