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 교수 제공
삼용방(蔘茸房) 광고(동아일보 1921년 12월 13일)는 ‘위상(僞商·유사상품) 주의’라는 헤드라인 아래 다음의 보디카피를 이어간다. “근래 후중(厚重)한(두껍고 푸짐한) 종히(종이)로 포지(包紙·포장지)를 밧구고(바꾸고) 미삼(尾蔘·인삼 잔뿌리)을 혼입(混入·섞어 넣음)하야 판매하는 위상이 만슴니다(많습니다) 얼는(얼른) 생각하시기에는 싼 것 갓사오나(같사오나) 돌이어(도리어) 빗싼(비싼) 것이올시다 폐당(弊堂·저희 집)은 정중(正重·내용물 무게) 16냥(兩)에 지중(紙重·종이 무게)이 불과 78돈쭝(錢重)이오 (중략) 전량을 발매하오니 안심하시고 하명하시옵소서.”
이 광고는 지면 왼쪽에 인삼을 세워 아래쪽으로 뿌리가 길게 뻗어나가게 하고 오른쪽에 사슴이 노니는 장면을 그려 넣었다. 디자이너의 솜씨가 보통 아니다. 패키지만 요란한 유사 상표에 속지 말고 인삼녹용 전문점에서 사라는 것이 핵심 주장. 그냥 권유만 하지 않고 지금도 귀금속이나 한약재의 무게를 잴 때 쓰는 ‘돈쭝’(錢重)으로 내용물과 종이 무게를 명시함으로써 설득력을 높였다. 돈쭝은 개화기 무렵 일본에서 들어온 도량형으로, 1돈쭝은 한 냥의 10분의 1 또는 한 관의 1000분의 1이며 3.752g에 해당된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