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피의자를 유치장이나 구치소로 옮기는 호송 인치 문제로 검찰과 경찰이 다시 갈등을 빚고 있다. 국무총리실은 이달까지 두 기관이 호송 인치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라고 권고했지만 29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올해 초 이 MOU가 체결되지 않으면 다음 달부터 검찰 사건에 대한 호송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혀 피의자 호송대란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경찰은 이날 검찰과의 협상 시한을 잠정 연기하고 당분간 검찰 사건 피의자 호송 인치를 현행대로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호송 인치는 체포한 피의자를 재판기간에 수감하는 구치소로 보내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그동안 이 업무를 경찰이 전담해왔다. 하지만 앞으론 검찰 사건 피의자에 대해선 검찰이 독자적으로 호송 업무를 해야 한다는 게 경찰 측 주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신병을 단순히 옮기는 행위는 수사가 아닌 행정지원에 속하기 때문에 검사의 수사지휘 대상이 아니다”라며 “개정 형사소송법과 대통령령에도 호송지휘 관련 규정이 없어 검사가 경찰에 호송을 요구하는 건 법적 근거가 없는 불합리한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호송 인치가 범인 확보나 증거 보전을 위한 행위로 수사에 해당하는 만큼 지휘 대상에 포함된다고 본다. 호송지휘가 수사지휘의 일환임을 인정한 법원 판례도 있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 및 수사와 관련된 행정업무까지 검사에게 복종하도록 규정한 검찰청법 제53조가 폐지돼 기존 판례는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검찰은 무술 능력을 갖춘 호송 인력이 부족하고 호송 차량 등 장비 관련 예산이 확보돼 있지 않은 점도 호송 인치를 맡기 어려운 이유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경찰 역시 호송을 위한 인력과 예산이 별도로 편성돼 있지 않고 수사 관련 예산과 장비를 대신 투입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검찰 수사 인력은 경찰의 3분의 1 수준이고 1인당 수사예산도 경찰보다 2배 많으면서도 처리하는 사건은 경찰보다 18배나 적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만약 경찰이 업무 부담이 커서 피의자 호송 인치를 중단해야 한다면 호송 인치를 담당하는 검찰 수사관이 무기를 소지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고 검찰 인력을 증원하는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