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석, 어디까지 ‘입’ 열까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에게서 시작된 이른바 ‘저축은행 게이트’가 정치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에 이어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까지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정치권에 메가톤급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특히 이들 3인 외에도 2, 3명의 정치인이 더 연루됐다는 설이 검찰 주변에서 나돌면서 정치권은 숨죽인 채 검찰 수사를 주시하고 있다.
○ ‘MB맨’이 줄줄이
이 전 의원이 저축은행 로비에 연루됐다는 의혹은 지난해 9월 2차 부실 저축은행 명단 발표 이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저축은행비리 정부합동수사단 관계자는 이 전 의원 관련 의혹 수사에 대해 “뚜벅뚜벅 나아가고 있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대통령의 친형이자 현 정부 최고 실세가 수사 대상으로 지목됐지만 검찰은 부인하거나 숨기지 않았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3월까지 검찰이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를 벌일 때도 코오롱에서 1억5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이 전 의원을 기소하기에는 충분하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사건 기록을 합수단에 넘기고 기다렸다. 더 확실한 혐의를 찾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많았다. 이처럼 오랜 기간 수사를 벌인 덕분에 이 전 의원이 복합물류센터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뒤를 이을 거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검찰은 저축은행 퇴출 저지 로비 대상이 추가로 드러날지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철저하게 함구하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 이 전 의원과 정 의원, 박 원내대표에서 은행 퇴출 저지 로비가 그치기는 어려웠을 거라는 분석과 이들보다 더 영향력 있는 정치인을 상대로 또 다른 로비를 벌였을 거라고 보긴 어렵다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분위기는 검찰과는 다르다. 이 전 의원에 이어 정 의원과 박 원내대표까지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자 또 다른 인사가 등장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는 정관계에 유독 발이 넓고 적극적인 임 회장의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에 이어 올해 5월까지 이어진 절박했던 퇴출 위기를 고려할 때 로비 대상이 더 있을지 모른다는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지난달 저축은행 퇴출 명단 추가 발표를 앞두고 “임 회장이 이 전 의원에게 30억 원을 건넸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임 회장 자신이 로비스트가 돼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14억 원 상당의 금품을 로비자금으로 받은 혐의도 확인됐다. 이에 따라 임 회장의 돈을 받은 거물 정치인이 2, 3명 더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정치권은 이번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긴장을 늦추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 “유력인사 상가 가면 임석 있다”
임 회장은 전남 무안 출신으로 빈털터리에서 시작한 ‘자수성가형’ 최고경영자(CEO)다. 중고교 시절엔 등록금을 낼 수 없을 만큼 가난해 야간 공고(이리공고)를 다녔다. 고교 졸업 후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가 접시닦이 등을 하며 퍼시픽웨스턴대(현 미라마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이 대학은 1988년 허위학력 논란이 일었던 곳이다. 이후 임 회장은 1988년 한맥기업이라는 광고대행사를 차려 옥외광고 붐을 타고 100억 원을 벌어들인 뒤 1999년 솔로몬신용정보㈜를 설립해 금융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승승장구하던 임 회장은 1987년 평화민주당 외곽조직 ‘새시대새정치청년연합회(연청)’ 기획국장을 맡고 ‘청년 YMCA’ 활동을 하며 인맥을 넓혀갔다. 또 권노갑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보좌관을 맡은 뒤 호남 출신 정치인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2002년 사실상 폐업 상태였던 골드저축은행(솔로몬저축은행의 전신)을 인수할 때도 권 고문의 돈을 빌려 인수한 뒤 갚았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유력 인사들의 상가(喪家)에 가면 임 회장이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정관계와 금융계에 폭넓은 인맥을 쌓았다. 임 회장은 현 정부 들어서도 2008년 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한 현 정권 실세들에게 접근해 막대한 자금력과 탁월한 수완을 바탕으로 끈끈한 인맥을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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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