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콘드: 탐욕 경제학의 종말/이브 스미스 지음·조성숙 옮김616쪽·3만5000원·21세기북스
이 책은 1940∼80년대 경제 이론의 변천사를 살펴보며 자유시장 이데올로기가 규제 완화를 부추겨 시장을 망쳐왔다고 주장한다. 칠레를 예로 들며, 칠레 경제의 일시적 성장은 자유시장 옹호론자들이 주장하는 개인의 자유가 아니라 독재체제와 정부의 강력한 개입이 그 바탕이 됐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시종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부터 월스트리트의 금융 기업들, 고답적인 이론만 들이대며 자신들의 권위를 방어하기에 급급한 경제학자들까지를 도마에 올려놓는다. 모순 가득한 현 금융체제는 ‘죽은 경제학자의 노예’라 꼬집는다.
책의 제목 ‘이콘드(Econned)’는 현실과 떨어져 이상화된 경제학의 논리에 함몰된 금융 시스템을 비판하는 말. ‘이콘(Econ)’은 경제학에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인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저자는 이콘의 정의 같은 경제학 개념들에 순종하지 말고 대신 반복되는 금융 혼란과 기업들의 모럴해저드를 줄이기 위해 금융 시스템의 ‘상호 연결성’을 줄이는 한편으로 불법 금융 행위에 대한 처벌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금융 블로그 ‘벌거벗은 자본주의(Naked Capitalism)’의 운영자이기도 한 저자는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을 졸업하고 금융 서비스 분야에 25년간 종사했다. 뉴욕타임스, 슬레이트 등의 매체에 기고해 왔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