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과학이 아니다/마시모 피글리우치 지음·노태복 옮김488쪽·2만 원·부키
저자는 사이비 과학을 진짜 과학으로부터 가려내기 위해 우선 세상에서 ‘과학’으로 불리는 것들을 분류한다. 즉 △경성과학과 연성과학 △거의 과학(almost science) △사이비 과학이다. 그에 따르면 물리학, 화학, 분자생물학 등이 포함된 경성과학과 생태학, 진화생물학, 심리학 등이 포함된 연성과학은 진짜 과학이다. 실험이나 관찰을 통해 체계적으로 수집한 실증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기 때문. 반면 과학과 비과학의 중간 지점에 있는 ‘거의 과학’은 애매하다. 외계 생명체 탐사, 진화심리학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논리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증적으로 검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점성술, 미확인비행물체(UFO), 초자연현상 등은 사이비 과학에 해당된다.
본격적으로 진화론과 창조론 논쟁을 다루기 전에 저자는 독자들에게 묻는다. “창조론은 과학인가.” 이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미국에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 동안 진행된 지적설계론(창조론) 소송을 자세히 다룬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도버 시 교육청장 앨런 본셀이 학교에 창조론 교육을 추진하려다 소송에 휘말린 사건이다. 결과는 정교분리 조항에 근거한 창조론자들의 패배였다. 저자는 소송을 맡은 존스 판사의 판결문을 제시해 ‘초자연적 인과성’, ‘오류와 비논리성’ 등을 근거로 창조론이 과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