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명동 단속 첫날
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에서 중구 소속 공무원이 문을 연 채 냉방기를 틀고 영업 중인 의류 상점을 단속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낮 기온 22도로 비교적 선선한 날씨였던 1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대형 스포츠용품 전문 매장은 문을 활짝 연 채 에어컨 냉방을 가동하고 있었다. 단속 요원 9명이 매장에 들어서자 직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매장 관계자는 “환기시키려고 잠시 문을 열어 놓은 것뿐이다”고 잡아뗐지만 단속에 나선 공무원들은 “에어컨을 켠 채로 5분 넘게 출입문을 열어두면 단속 대상”이라며 경고장을 발부했다.
1일 지식경제부와 에너지관리공단, 지자체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 서울 명동과 강남 일대에서 냉방기를 켠 채 문을 열고 영업하는 매장들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였다. 이날 강남 일대 매장 14곳과 명동 지역 매장 10곳이 에어컨을 틀고 출입문을 연 채 영업을 하다 적발됐다. 매장 관계자들은 “자동문인데 손님이 망가뜨려 열어놨다” “손님이 열고 나갔는데 미처 닫지 못했다”고 변명했지만 모두 경고장을 받았다. 1회 적발 시 경고장을 발부하고 이후 과태료 50만 원을 시작으로 반복 적발될 경우 최대 300만 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한다.
자동문의 조작을 수동으로 바꿔 열어놓았다가 단속이 시작되자 다시 자동으로 바꾸거나 에어컨을 끄는 등 꼼수를 쓰는 매장도 있었다. 단속이 끝난 뒤 오후 6시경 동아일보 취재팀이 지하철 명동역에서 우리은행 사거리에 이르는 중앙로 인근 매장 58곳을 돌아본 결과 11곳이 출입문을 열고 에어컨을 켠 상태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 경고장을 받았던 한 의류매장 관계자는 “오늘은 운 없게 걸렸지만 단속에 맞춰 에어컨을 잠시 꺼두면 되니 앞으로도 출입문을 닫고 영업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중구 지역경제과 정삼익 팀장은 “에너지 낭비를 막기 위해 앞으로 두 달간 대대적으로 단속할 예정”이라며 “단속에 맞춰 잠시 에어컨을 꺼두는 얌체 매장들도 결국 적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